[포스코를 움직이는 사람들]포스코 초대 대표 맡은 엔지니어출신 김학동 부회장②포스코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 참여...최정우 2기 역할 확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2-03-30 07:30:58
[편집자주]
포스코그룹이 최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시대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을 갖추고 사업별 경쟁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기존 철강사업을 뛰어넘어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벨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포스코 사람들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지난 4일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포스코(사업회사) 초대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사흘째 되는날 첫 공식 방문지로 '그룹의 모태'를 택한 것이다. 과거 2년동안 제철소장으로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이날 김 부회장은 제3강공장과 2열연공장, 공정시험센터를 차례로 둘러보고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이 자리에서 그는 "철강사업이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다른 사업들을 견인할 수 있는 롤모델이 돼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말했다. "50년 뒤 후배들에게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포스코를 물려줄 수 있도록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나아가자"는 당부도 덧붙였다. 7일엔 광양제철소에 들러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포스코 초대 대표, '친환경' 철강으로 '중추적 역할' 지속
김 부회장은 포항·광양제철소장과 생산기술본부장을 역임하고 철강부문을 총괄해 온 '철강 전문가'다. 사실상 철강사업 물적분할을 결정했을 때부터 염두에 뒀던 인사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철강'은 지난 54년간 포스코의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핵심 사업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가 달라진 후에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한단계 업그레이드 돼 '철강 경쟁력 강화' 앞에 '친환경'이 따라 붙는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과 CCUS(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 저탄소 생산기술 R&D 등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탄소배출량이 많다는 오명을 씻어내고 친환경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철강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김 부회장이 새로운 포스코의 도약을 이끄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지주사와의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 발굴·투자 못지 않게 기존 사업(철강)의 경쟁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양사간 브릿지 역할을 김 부회장이 맡았다. 자회사 대표이사인 그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한다. '유일한' 기타비상무이사 자리가 그에게 주어졌다.
재계에서 지주사 임원이 자회사 등기임원에 오르는 경우는 흔하지만 반대의 사례는 드물다. 회사 측은 "철강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신뢰받고 있는 인물이란 의미로 볼 수 있다.
'미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ESG경영에도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 포스코에서 유일하게 ESG위원회(사외 3명·사내 1명)에 소속된 사내이사다. 앞서 포스코는 ESG 관련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작년 3월 정기 주총에서 해당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같은 그룹 차원의 정책에 발맞춰 사업회사 포스코는 정관에 ESG위원회 설립을 못박은 채 출범했다. 현재는 조직 구성까지 완료한 상태다.
김 부회장이 직접 위원회 활동을 하진 않는다. 다만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를 동수로 구성하고 사외이사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등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신경을 썼다. 비상장사인 포스코는 현행법상 사외이사를 둬야 하는 의무가 없다. 선진적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고 경영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선임한 것이다. 감사위원회 설치 역시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엔지니어·제철소장 출신, '최정우 2기' 맞아 역할 확대
포스코그룹은 작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이던 김학동 철강부문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당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 30년 동안 부회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 정명식 부회장이 마지막이었다.
그 전에도 황경로 부회장이 유일했다. 두 사람은 포스코에서 회장(2·3대)까지 지냈다. 이는 '부회장'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잠재적 회장 후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는 건 그만큼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1959년생인 김 부회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고 엔지니어와 제철소장을 모두 거쳤다. 비(非)엔지니어·비(非)제철소장 출신인 최정우 회장과 이력이 상반된다. 두 사람을 두고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포스코에 첫 발을 들인 건 1984년이다. 2010년 광양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으로서 임원(상무)을 달기 전까지 제선부 엔지니어와 포항제철소 제선부 부장, 품질기술부 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계열사 SNNC 대표이사로 발령이 났다.
이후 2년 만에 포항제철소장에 발탁되며 포스코로 복귀했다. 2년 뒤 광양제철소장으로 이동했고 2019년엔 포스코 생산기술본부장을 지냈다. 그해 3월 주총에서 처음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이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임기가 끝날 때마다 재선임 됐다.
작년 초 사장 승진과 동시에 철강부문장을 맡았고 3개월 뒤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정우 2기' 시대에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그해 포스코는 철강사업의 활약에 힘입어 사상 최대규모의 흑자(9조2381억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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