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회사가 이사회 내 사외이사를 여럿 두는 것은 외부출신 인사의 참여로 권력의 지나친 남용을 견제하고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여기에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되는 전문성을 확보한 이사를 뽑으면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만큼 금융, 경영, 경제 쪽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전통적으로 많이 선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보호, 디지털, 글로벌, ESG 등 기업에 요구되는 여러 가치들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부문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선임도 늘어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금융지주 등 5대금융지주들이 선임한 총 41명의 사외이사들은 △금융 △경영 △경제 △법률 △재무 △회계 △글로벌 △디지털/IT/정보기술 △ESG △규제 △리스크관리 △소비자보호 등 12개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명단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 구성한 이사회 멤버가 그 대상이다.

이중 5대 금융지주 모두 금융, 경영, 법률, 재무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사외이사가 경제나 금융, 경영 분야 전문성을 갖는 등 보유하고 있는 전문분야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금융, 경영, 법률, 재무분야 만큼은 1인 이상씩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문의 경우 KB금융이, 회계 부문의 경우 NH금융이, 디지털/IT/정보기술 부문의 경우 우리금융만이 관련 분야의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전문분야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KB금융이 가장 눈에 띈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분야는 총 9개였다.

신한금융과 NH금융은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수가 12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들은 모두 8개 전문분야에 포진해 있다. NH금융의 경우 총 7명의 사외이사가 8개 전문분야에 포진해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각각 7군데의 전문분야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규제, 리스크관리, 소비자보호 부문에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들을 확보해 주목된다. 최명희 이사는 현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며 법률과 규제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구환 이사는 법무법인 남부제일 공동대표 변호사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등의 경력을 보유해 소비자보호와 법률 부문 전문성을 확보했다. 오규택 이사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무와 리스크관리 부문을 전문분야로 인정받았다.

신한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사외이사수가 많다. 특히 글로벌 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이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이는 재일동포 주주 추천 이사가 상당수 차지한다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12인 중 4인(박안순, 진현덕, 김조설, 배훈)이 재일동포 출신 이사다. 이들중 3명이 글로벌 부문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NH금융의 경우 ESG부문 전문성을 가진 이사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NH금융은 올해 3월 하경자 이사를 선임했다. 그는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로 한국기상학회 회장, 세계기상기구 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기후·환경 전문가다. NH금융의 ESG 경영에 전문적 식견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H는 지난해에도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ESG에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미경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지주들 대부분 이 부분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진 풀을 관리하고 뽑고 있으나 NH금융은 훨씬 이전부터 사외이사 선임까지 단행하며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금융 또한 올해 초 ESG부문 전문성을 가진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세종은 2020년 환경, 기업법무, 금융, 공정거래 등 여러 실무그룹을 아우르는 ESG전담팀을 꾸리고 ESG경영 자문을 제공해 왔다. 송수영 변호사는 ESG전담팀에서 국내 금융관련 기업에 ESG 자문을 하며 일찌감치 전문성을 확보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금융지주들이 통상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문분야를 두루 보유하면서 정보기술 전문가를 일찌감치 확보한 곳이다. 우리FIS 대표와 한국신용정보원 비상임이사 등을 지낸 권숙교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권 이사는 지난해 3월 선임됐다. 최근 디지털금융 등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환경에서 정보기술 분야 전문성을 확보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관련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해 8월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면서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올해 우리금융을 끝으로 금융지주들은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했다. 이중 NH 금융과 KB금융, 신한금융은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두명씩 선임한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