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주주몫 '600억' 미배당...우선 순위는 FCF 산정 방식 차이, M&A 투자 이후 수치로 평가…주주환원책도 '불확실성' 문제 제기
박기수 기자공개 2022-04-07 07:40:03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4일 14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이 통상의 기준과 다르게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을 산출하면서 2년 연속 주주 미배당을 이어간 가운데 FCF 산출 식이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통상 기준이었다면 작년 약 600억원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했으나, 한화솔루션이 자체적으로 매긴 FCF가 음수(-)로 기록되면서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2년 연속으로 주주 미배당이 이뤄지면서 'FCF 배당 정책' 그 자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 수령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우는 배당정책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3128억원이 -2.5조원으로…FCF가 M&A의 결과값?

신용평가사는 FCF를 차입금 변제나 투자자산 취득을 위한 잔여 현금량으로 바라본다. 신평사들은 FCF 산출 식을 '영업활동현금흐름(OCF)-운전자본증감-자본적지출(CAPEX)-배당급지급'으로 정의한다. 신평사들이 정의한 이 식은 통상적인 기준이 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작년 한화솔루션의 연결 FCF는 3128억원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FCF 산출 식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투자자산 취득'이다. M&A를 포함한 투자자산 취득 건을 '현금 유출(Cash out)'로 정의하고 이를 FCF 산출 과정에 편입했다.
문제는 이 '투자자산 취득'으로 분류된 건들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작년 약 1조원에 사들인 RES프랑스의 인수 대금을 비롯해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 미국 전력관리 벤처 랜시움 투자 등을 모두 투자자산 취득에 포함했다.
다시 말하면 신평사는 FCF를 M&A의 재원으로, 한화솔루션은 FCF를 M&A의 결과값으로 본 셈이다. 이 결과 한화솔루션이 자체적으로 내린 FCF는 마이너스(-) 2조5000억원이었다.

연결 FCF의 20%를 주주환원하기로 했으나 자체 산출한 FCF가 음수였기 때문에 당연히 배당도 없었다. 통상적인 기준이라면 약 626억원의 배당이 주주들에 돌아가야 했으나 회사가 자체적으로 FCF를 설정하면서 작년 주주들은 한 푼의 배당도 받지 못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FCF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CAPEX와 배당을 제외한 값으로 정의된다"라면서 "회사입장에서는 투자자산 취득도 CAPEX처럼 중장기적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는 부분으로 보고 FCF 산출 식에 산입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FCF 20% 배당정책'은 2021년 초부터 시행됐었다. 한화솔루션의 주주 미배당이 시작된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다.
2021년 초 배당 기준이 된 2020년의 신평사 기준 한화솔루션의 연결 FCF는 1803억원으로 약 360억원의 배당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했으나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는 FCF가 숫자로 나와있지는 않으나 이번처럼 '투자자산 취득' 때문에 자체 FCF가 음수로 산출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은 한화케미칼이 자회사 합병을 통해 한화솔루션으로 거듭난 시기다. 동시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주도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정체성 전환을 선언한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위해 매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음수로 산출될 여지가 큰 자체 FCF를 기준으로 배당 정책을 세우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한화솔루션은 배당정책을 설명하면서 "성장투자 집중 시기에는 지속적 성장 추구 통한 기업가치 증대"라고 밝히고 있다.
◇M&A하면 배당없나…불확실성 오히려 키우는 배당 정책
'배당정책'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주주 배당 정책을 세우는 가장 큰 목적은 주주들이 특정 기업에 투자하면서 배당 수령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이 설정한 배당정책인 'FCF의 20% 주주환원'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CF는 순이익보다도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 올해 내가 배당을 얼마나 받을 지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어떤 규모의 M&A를 할 지 알 수 없다. 특히 M&A의 경우 비밀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M&A를 인지하는 시점이 딜 클로징에 가까워졌을 때일 확률이 높다. 아무리 한화솔루션이 사업에서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RES프랑스 딜처럼 빅딜이 한 번 이뤄지면 당해 주주 배당금이 '0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배당정책이 회사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후 성장산업에서 본격적인 현금이 창출될 경우 FCF가 양전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FCF를 -2.5조로 밝히고 있지만, 추후 투자가 끝나고 본격적인 현금창출 시기에 이 배당정책이 유지되면 재무구조와 유동성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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