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전략산업 리포트]삼성·LG디스플레이, '각자도생'과 '갑을관계' 사이④OLED·마이크로LED 사업에서 드러난 '같은 듯 다른' 전략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13 15:00:21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8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명실상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양대 축이다. 두 곳 모두 그룹 내 부품사와 완성품(세트) 간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토양 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하지만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하는 방식은 미묘하게 달랐다. '견제'와 '경쟁'을 강조하는 삼성전자 특유의 조직문화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초격차' 기술·가격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와도 손을 잡았다.
반면 LG그룹에는 공조 체제가 뿌리내렸다. 무엇보다 세트와 부품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그룹의 중요한 목표였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서로 전략을 공유했고 이를 통해 대형 패널 기술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삼성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선 부품사가 가격 협상 시 '을'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만큼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대 과제다. 국내 기업들의 대형 부문 기술 로드맵은 OLED를 넘어 차세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까지 나와 있다. 삼성과 LG의 같은 듯 다른 TV·디스플레이 전략이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
◇연결 SDC vs 지분법 LGD, '주요매입처'가 다 말하지 않는 것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TV·모니터용과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패널 주요 매입처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CSOT, BOE, 대만 AUO 등이 올라와 있다. 반면 LG전자는 사업보고서에 LG디스플레이가 패널 최대 매입처라고 명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TV사업은 LCD 기술 기반에 QD 필름을 채택한 QLED TV(브랜드명),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중심인 데,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접었기 때문에 TV 패널 부문에선 중국 업체를 최대 협력사로 둘 수밖에 없다.
다만 중소형 패널 쪽은 얘기가 조금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연결재무제표상 한 몸이라 거래를 내부거래로 처리, 매출로 상계되다 보니 주요 매입처에는 안 잡힌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A사(약 13조원)는 삼성전자가 맞다. 2위 고객사 애플(약 7조원)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의 프리미엄 라인 폴더플폰과 S시리즈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급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분야 협력 관계는 공고하다. 다만 A시리즈 등 보급형에는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패널을 쓰는 탓에 중국 기업들과 거래도 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지분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거래 내역 숫자가 그대로 반영된다.
◇그룹 특유의 조직문화에 따라 갈린 디스플레이 전략
두 회사 모두 세트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건 맞지만, 전략적 기조는 상당히 다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 협력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며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서로 경쟁까진 아니더라도 각자 자기 실적을 잘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엄청난 협력 관계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 특유의 내부경쟁 체제도 작동한다. 삼성전자 전 고위임원은 "그냥 두면 경쟁력이 없어지게 되니 경쟁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항상 계열사들에 '잘해라, 경쟁사라고 할지라도 잘하면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경쟁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들과 단합 체제를 이루고 있다. OLED TV 전략에서도 보폭을 잘 맞추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사실상 독점하게 됐고, OLED TV가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실적 호조세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 구조에도 장·단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LG전자가 '갑'인 느낌이 있다"며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가격 협상력과 수익성에 대한 이슈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LED 이어 차세대 마이크로LED 사업에서도 드러난 기조 차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묘한 경쟁 관계는 OLED 사업을 두고 명확히 드러났다. OLED TV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도 손을 내미는 실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들어서야 퀀텀닷(QD)-OLED 양산을 시작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 시장 선점으로 세우겠단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LED를 두고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협업제체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LED는 반도체 공정에 가깝다는 이유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연구소를 중심으로 마이크로LED를 연구하고 있지만, 모회사 LED 사업부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비해 OLED TV 시장을 장악한 LG전자는 역시 마이크로LED를 개발 중인데, 내부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 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 등이 공동개발하는 협력 체제로 돌아간다.
마이크로LED TV가 OLED TV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LED 개발 동향이 상당히 늦는 데다 OLED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다.
삼성전자든, 삼성디스플레이든 마이크로LED에 투자한다면 감가상각비가 발생해 비용을 낮추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업계에선 마이크로LED TV의 사용화 시점을 2026년께로 보고 있다. 그때 가면 OLED는 감가비 부담이 상당히 낮아져 가격도 더 떨어트릴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억원대로 말도 안되는 수준인 데다 소비자 대상이라기 보단 B2B(기업 간 거래) 위주로 내세우는 정도로 보인다"라며 "마이크로LED 상용화를 예단하기 쉽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앞으로 QD사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A3공장 애플 전용라인의 감가비가 빠지고 있는 시점이라 앞으로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워낙 현금도 많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의 승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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