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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기술특례상장 시대'의 종언

최은수 기자공개 2022-05-03 08:02:35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최근 기술성평가에서 낙방한 바이오벤처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작년부터 R&D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던 바이오벤처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실 때에도 기우로 여겼다. 새 정부 출범 전후론 높아졌던 기평 문턱도 어느 정도 낮아지리란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실상은 예상과 반대로 전개됐다.

바이오벤처 종사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도 작금의 상황이 체감된다고 한다. 불과 1년 전, 그가 속한 단톡방의 주된 테마는 펀딩을 받거나 기술성평가 신청을 한 업체 관계자들이 공유하는 기사 '링크'였다. 이윽고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오고가곤 했는데 올해엔 뚝 끊겼다.

이는 기술성평가를 통한 바이오벤처 코스닥 상장의 길목이 좁아지며 벌어지는 일들이다. 바이오벤처 대상 기술성평가 문턱을 높이려는 작업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거래소에서 제도 강화에 나선 후 총 9곳의 바이오벤처가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타 산업군(22곳)이 같은 방식으로 상장한 것과 대비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래 해당 제도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벤처의 비중이 전체의 50%에 못 미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더 엄중하다. 한 해의 3분의 1이 지난 지금 상장 승인 업체(스팩 포함) 명단에서 아예 바이오벤처를 찾을 수 없다. 과거 기술특례상장사의 80%를 바이오벤처가 차지하던 상황과는 정 반대다.

'바이오벤처 상장 전용 트랙'이라 불리던 기술성평가의 시대는 이렇게 저물고 있다. 혹자는 요즘 상장을 앞둔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보니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행여 문턱을 넘었다 해도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요약하자면 요즘 바이오벤처들의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다만 이 변화가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기술성평가의 기준을 대폭 높인 데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간과한 시각이다.

더불어 공교롭게도 기평 문턱을 높인 시기를 즈음해 코넥스 시장 활성화 제도도 함께 마련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넥스 입성 후 일정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충족하면 질적심사도 면제한다. 바이오벤처의 아킬레스건인 매출액, ROE, 영업이익 등 재무 요건을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3000만원 예탁금제도도 폐지해 개인투자자 유치에도 나섰다.

앞으로 기술성평가는 계속 등용문처럼 운영될 전망이다. 바이오벤처들이 기존의 기평 중심 IPO 전략을 고수하는 게 맞을지, 계획을 변경하는 게 맞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대로면 상장 시점은 당초 바이오벤처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은 변화에 주목하고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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