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DB 머니무브]헤지펀드 하우스엔 '그림의 떡'…운용 제한요소 복잡⑥현행 감독규정상 쉽지않아…사업자·가입자 인식 확대 필요
이돈섭 기자공개 2022-05-23 08:09:17
[편집자주]
172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DB 적립금은 오랜기간 예·적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돼 왔지만 최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속속 옮겨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DB 적립금 시장 변화 판도를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확정급여(DB) 적립금 비히클을 제공하는 데 운용사에 별도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다.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만 있으면 된다. 단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상품인 만큼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에서 규정하는 최소한의 운용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다만 일반 헤지펀드 하우스들이 현행 감독규정을 준수하면서 상품을 운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설사 상품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그 상품을 들고 사용자 측(기업)을 만나 운용전략을 설명하며 가입을 유도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빡빡한 운용규정…원리금 손실비중 최소화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은 연금 운용 과정에서 안정성을 강조한다. 가장 안정성이 높은 상품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편입 제한이 없다. 은행 및 우체국 예·적금, 저축은행 예·적금, 보험계약, 환매조건부매수계약, 국채와 통안채 등은 100% 편입이 가능하다.
분산투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 환위험 헤지거래를 체결하고 신용평가등급이 A- 이상 외국 국채와 BBB- 이상의 주택저당증권, BBB- 이상의 학자금대출증권 등은 은행과 우체국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편입 제한 없이 담을 수 있다는 게 현행 규정상 내용이다.
채권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 단기금융형 펀드 등 약관 또는 정관상 주식의 투자한도가 펀드 자산총액의 40% 미만인 경우와 투자부적격등급(신용등급 BBB- 미만) 채무증권에 대한 투자한도가 30% 미만인 경우에도 연금 비히클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신용등급 BBB- 미만 특수채와 회사채, A3- 미만의 기업어음, BBB-, A3-미만 기타 채무증권, 국제신용등급 BBB- 해외채권 등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분류되는 채무증권은 연금 비히클에 담아서는 안 되는 자산들로 분류되고 있다.
지분증권의 경우 국내 비상장 주식이나 비적격 해외주식시장, 상장 해외주식 등도 편입할 수 없다. 위험자산평가액이 펀드 자산총액의 40%를 넘는 펀드도 마찬가지다.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사모로 발행됐거나 최대손실 비중이 원리금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
지방채와 투자적격등급의 특수채와 회사채, 기업어음, 기타 채무증권, 해외채권 등은 총적립금의 70% 이내에서 운용할 수 있다. 주식형 펀드와 주식혼합형 펀드 등 주식 비중인 40% 이상인 펀드도 마찬가지다. 후순위채 하이일드펀드와 부동산펀드도 해당한다.
◇트렉레코드 빈약…사업자 거부감 해소 과제
전문가들은 연금 비히클이 담을 수 있는 자산이 상당폭 제한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요구하는 절대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헤지펀드 하우스가 절대수익 운용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도 진입 문턱으로 작용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DB 적립금 수익률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리스크 헤지를 위해 부동산 자산의 경우 에쿼티보다는 대출상품을 담고 레버리지 활용에 제한이 걸리는 등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가판대에 세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사용자를 만나 운용 스킴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DB 적립금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복잡한 헤지펀드 운용전략을 소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국내 헤지펀드 신뢰가 추락, 사업자들 거부감도 증폭되어 있는 상태다. 삼성헤지자산운용 등 일부 헤지펀드 하우스가 DB 적립금을 위한 펀드를 설정하고 실제 운용한 이력이 있지만 결국 청산 절차를 밟아 자취를 감춘 상태다.
다만 최근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OCIO 전략 펀드 출시가 속속 기획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내부적인 여력과 네트워킹 문제였다"면서도 "DB 적립금 시장 규모가 상당한 만큼 신규 진입을 노리는 플레이어가 많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퇴직연금을 증권사에 일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은 연금재원의 투자일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임자산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상당수준의 법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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