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뜬 하이브, 연이은 악재에 리스크 대응 '시험대' [엔터사 옥석가리기]①호재 넘쳤던 2021년과 다른 행보, BTS·르세라핌 등 논란 넘쳤다
김슬기 기자공개 2022-05-25 12:54:07
[편집자주]
국내 엔터업계에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중단되면서 팬들과 만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 증가로 인해 팬덤 유입이 꾸준했다. 여기에 온라인 공연 등을 진행하면서 전 세계 팬과의 접점을 늘려 나갔다. 여기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으로 신사업도 확장했다. 국내 엔터업체의 엔데믹 이후 사업 전략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3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옛 빅히트엔터)는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의 인기에 힘입어 엔터사 중 유일하게 2020년 10월 코스피 입성에 성공했고 막대한 자금을 모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미국 내 이타카홀딩스 인수를 비롯, 네이버·두나무 등 업계 톱티어들과 손잡으며 타 엔터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공격적인 행보는 하이브 주가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줬다. 공모가는 13만원대였으나 상장 후 주가가 40만원대까지 상승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는 북미 공연이 재개되면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BTS 군입대 관련 불확실성에 더해, 신규 론칭한 르세라핌의 학교폭력 논란 등으로 주가 눈높이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격한 확장에 따른 성장통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 2년새 2.7조 넘게 모은 하이브, 신사업 기대감 키웠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화려하게 코스피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가액은 13만5000원으로 총 9626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하이브의 강점은 그 때나 지금이나 BTS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데뷔한 BTS는 2019년까지 총 31회의 월드투어를 진행, 총 138만장의 티켓을 팔았다. 2019년 전체 매출 중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97%가량이었다.
하이브는 상장 전인 2019년 쏘스뮤직(여자친구),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 뉴이스트) 지분 인수를 통해 아티스트를 추가했고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BTS 이상의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를 찾기 힘들었다. 2020년 8월 BTS가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를 발매,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직후 기존 주요 주주였던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사모투자합자회사, 메인스톤 유한회사,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 등이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외매매) 등을 통해 보유 물량을 털어내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1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존 엔터회사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해 1월 하이브와 위버스컴퍼니(옛 비엔엑스)가 총 700억원을 들여 YG플러스 지분 취득(18% 가량)했다. 또 위버스컴퍼니는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서비스 플랫폼 사업인 'V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는 동시에 네이버의 투자를 받으면서 위버스 사업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4월에는 1조원을 들여 미국 내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다. 11월에는 두나무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NFT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상장 반년만에 이타카홀딩스 인수를 위해 주주배정 신주 발행을 단행, 4456억원을 조달했다. 두나무와의 지분 교환 역시 신주 발행을 통해 진행했다. 두나무가 7000억원 규모의 하이브 지분을 인수했고 하이브는 5000억원 규모의 두나무 지분을 가져갔다. 여기에 전환사채(CB)도 발행하면서 4000억원을 조달했다.
상장 후 하이브는 총 2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왔다. 해당 자금은 M&A와 전략적 제휴 등에 대부분 쓰였지만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5000억원이 아직 남아있다. 지난해 하이브가 보여준 사업다각화 행보 덕에 주가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말 5조6998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2021년말 14조4323억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6만원에서 34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 승승장구한 2021년, 악재 겹친 2022년
원래 계획대로라면 하이브는 2022년 지난해에 투자한 곳들과의 시너지를 보여줄 계획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혀있었던 대면 공연 규제가 풀리면서 북미와 일본 등 해외 투어를 본격화하고 신규 그룹을 론칭하는 등 지난해 그린 청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실제 BTS의 서울·미국 콘서트 등을 비롯, 세븐틴의 일본 팬미팅도 성황리에 종료됐다.
하지만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BTS 군입대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컸다. BTS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 전 이진형 최고소통책임자(CCO)는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현재 국회에 예술·체육계 우수자에 한정된 대체복무를 대중문화예술인까지 포함시키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미 1992년생인 멤버 진(김석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병역을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 진은 군입대를 해야 한다. 슈가(1993년생), RM·제이홉(1994년생)도 2024년과 2025년에는 군입대를 해야 한다. 여전히 BTS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잔여 멤버로 유닛 활동을 진행할지 일시에 군입대를 할지는 미정이다.
여기에 오는 6월 발매되는 BTS 베스트앨범 내에 가수 정바비의 곡(Filter·필터)을 실으면서 일을 키웠다. 필터는 2020년 2월 발매된 멤버 지민의 솔로곡으로 이번 베스트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다. 정바비는 불법 촬영과 여성 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하이브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데뷔 전부터 이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으나 데뷔를 강행했고 결국 김가람이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가람이 중학교 재학시절 학교폭력위원회에서 '5호 처분'을 받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악재, 연초 대비 37%·고점 대비 87% 하락
올해 하이브를 둘러싼 여러 악재들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하이브 주가는 22만1000원으로 지난해말(34만9000원) 대비 37% 하락했다. 같은기간 코스피 지수가 1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지난해 연고점이었던 41만4000원(2021년 11월 16일)과 비교하면 87% 하락한 것이다. 시총도 연말 14조원대에서 9조원대까지 내려왔다.
하이브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은 모두 아티스트의 상품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지식재산권(IP)에 손상이 가면 하이브 매출이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현재 준비 중인 '위버스2.0'이나 게임 출시 등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눈높이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 자체는 업력이 오래됐지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BTS 덕이었다"며 "급하게 성장한 탓인지 위기 대응 능력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엔터사의 경우 팬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대응을 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팬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엔터업계 관계자는 "신인그룹 론칭은 기업 입장에서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학교폭력 등에 대한 부분 등을 꼼꼼하게 살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왜 파악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소속사 입장에서는 해당 멤버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수 밖에 없긴 하지만 학폭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공개된 상황에서 데뷔를 결정한 사실 자체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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