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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변천사]경제성장 일군 기업가정신, 사회문제 해결 '열쇠'로최태원 회장 주도로 신기업가정신 선포…"기업도 변해야 산다"

김위수 기자공개 2022-06-07 09:33:36

[편집자주]

시대가 달라지면 기업가정신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 이것이 바로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이유다. 더벨은 신기업가정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대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살펴보고 미래에 한국 재계가 걸어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이봐, 해봤어?"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명언이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하는 일에 뛰어들어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 전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일으킨 원동력에도 기업가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새로 쓰겠다며 손을 들었다. 기업가정신의 정의를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목적을 넓히자는 의도였다. 기업가정신이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사회문제도 해결을"

기업가정신을 추구하는 그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게 되던 시기가 있었다. 극심한 곤궁에 시달리던 1960년대 1세대 창업주들은 사업을 하는 그 자체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었다. 기업의 성장이 곧 경제발전이었고, 일자리 창출 및 외화벌이의 최전선에 기업이 있었다.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사업보국'은 그저 구호가 아니었다. 사적 이익 추구가 첫째 목적이었겠지만, 폐허에서 기업을 일으켜 애국하겠다는 마음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의 기업가들은 고려할 것이 더 많다. 단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친다면 고립되기 십상이다. 이윤은 추구하되 가능하면 환경에 보탬이 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고, 고용은 창출하되 직원들의 삶의 질을 저하해서는 안 된다. 또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중소기업 등 협력사로 흘러들어가야 바람직하다. 스타트업같은 초기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처럼 역할이 확대된 배경은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변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환경오염·노동착취·양극화 등 각종 부작용이 터져 나왔다. 기업들이 부작용 해결에 나서주기를 원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 오프닝 영상 캡처.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실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706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기업의 실천과제로 무엇을 바라는지를 묻는 질문에 29.6%가 기업문화 향상을 꼽았고, 25.6%가 환경문제 해결을 지목했다. 지역사회 상생이 18.3%로 뒤를 이었다. 경제적 성장은 11.2%에 불과했다.

산업화의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반이 되는 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부작용을 초래한 데에 기업의 경제활동 탓이 일부 있었다는 점도 기업들의 책임을 가중시켰다. 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사업을 지속하고, 사업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를 불식시켜야 한다.

상생, 사회공헌, CSR, ESG 등 경영계를 휩쓴 각종 트렌드들은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대로 괜찮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가운데)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문제 해결 앞장선 최태원, ERT로 해답 찾을까

최 회장이 문제 해결의 답으로 제시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대기업, 스타트업, 금융사, 경제단체 등 76명의 기업인의 서명을 모아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를 발족하고 기업선언문을 발표했다. ERT의 모태는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Business Round Table)이다.

'Business'가 아닌 '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도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에게 새겨진 도전과 혁신의 DNA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어디를 가도 '정신력으로 승부해야 돼' 이런 게 많았다.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만들어야만 하는 기업가정신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문제나 기회를 새로운 방법, 혁신으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업가들이 선포한 신기업가정신 선언은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 다섯가지다. 기업 개별로 진행하는 각종 사회공헌 및 ESG 활동과 크게 다른 내용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함께 문제를 인식,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 회장은 "국민들은 기업에 변하라고 하는데, 기업이 '라떼'만 계속 얘기한다면 꼰대로 낙인찍힐 것"이라며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선언이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협의회를 꾸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성과 측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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