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원포인트 인사…'메모리 임원, 파운드리로' 20~30명 교체, '엑시노스 램프업 지연' 문책성 인사…2030시스템반도체 비전 로드맵 일환
손현지 기자공개 2022-06-07 09:20:20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 임원을 일부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명실상부 글로벌 1위 메모리반도체 임원들을 파운드리, 반도체연구소쪽으로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위상이 약했던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지녔다. 검증된 내부 메모리 임원들로 파운드리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위 메모리' 기여 임원들, '파운드리' 전면에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DS)부문 임원들을 교체했다. 인사 규모는 20~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삼성전자는 매년 연말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만큼 이번 인사는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달 소폭의 보직이동은 있었지만, 이번 건은 상시 인사라고 하기엔 규모가 많다는 해석이다.
주목할 부분은 메모리반도체를 담당해온 임원들을 파운드리 핵심 부서로 이동시킨 점이다. 신임 파운드리 기술혁신팀장엔 김홍식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부사장을 선임했다.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도 기존 최길영 부사장 대신 남석우 DS부문 CSO 글로벌 및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이 신규선임했다. 남 부사장은 삼성전자 내에서 손꼽히는 메모리반도체 공정 개발 전문가다. 남 부사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을 겸직키로 했다.
메모리반도체 핵심 임원들을 파운드리로 옮긴 건 이 부회장의 '2030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위한 복안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부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에 주력해왔지만 5나노 이하 수율 논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로 1위인 TSMC와 격차가 크다. 이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선두지위에 있던 메모리반도체 부문 핵심 인재들을 파운드리쪽으로 재배치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연구소장도 메모리 임원으로 교체됐다. 기존 김형섭 부사장에서 송재혁 부사장(플래시개발실장)으로 변경됐다. 반도체연구소장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는 직위다.
송 소장은 삼성전자 경력의 대부분을 메모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에서 보낸 인물이다.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팀에서 근무했으며, 초적층 낸드플래시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로 정평나 있다.
메모리반도체 후임 인사들에도 이목이 쏠린다. 삼성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초미세 회로 설계가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후임 인선에 대해선 공시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와 함께 선행기술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메모리TD(기술개발)실을 'D램 TD실', '플래시 TD실'로 세분화하고 '차세대연구실'을 신설했다. D램 TD실장은 박제민 부사장이, 플래시 TD실장은 장재훈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엑시노스2200 AP 램프업 지연 문책성 인사?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DS감사팀은 지난 2월부터 약 4개월간 파운드리 경영진단을 통해 수율부진 원인, 연구개발 상황 등을 파악하고 개선점 마련에 주력해왔다. 경영진단은 내부감사로 사업부별로 이슈,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진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번 파운드리 경영진단은 통상적 경영진단과 달리 공급망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고객수요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의 감사였다"고 설명했다.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경영진단 배경에는 낮은 수율(정상품 비율), 이로 인한 고객 이탈 등 논란이 포함된다. 당초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초 갤럭시S22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200을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수율이 예상보다 낮아 납기를 맞추지 못했다. 그 결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갤럭시S22엔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파운드리사업부가 엑시노스 수율에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경영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문수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4나노 초기 수율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다소 지연된 면이 있었다"며 "현재는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임원 쇄신으로 하반기 설계 역량과 미세공정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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