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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략산업 리포트]삼성전자 시스템LSI, 위기일까 성장통일까한때 AP 1위였으나 글로벌 경쟁력 지속 하락…GOS사태로 본 쟁점 셋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14 07:00:05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1일 11: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한때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시장에서 초일류 경쟁력을 자랑했다. 2009년에는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경쟁사인 애플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AP를 구매해 아이폰에 탑재할 정도로 스마트폰 초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컸다. 2011년 시스템LSI 사업부가 사상 첫 반도체 제품 브랜드 '엑시노스'를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스냅드래곤'을 내세운 퀄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차세대 AP 경쟁이 벌어지자 '원칩(모바일AP와 모뎀 기능 통합)'에 주력해온 퀄컴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대로 통합 AP 개발에서 뒤처진 삼성은 퀄컴의 AP를 구매해야 했다. 엑시노스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점 하락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전자는 전 세계 AP시장 점유율 4%로 5위까지 밀렸다.

여기에 최근 플래그십폰 갤럭시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악재까지 겹치며 시스템LSI의 AP 설계 능력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때 잘나가던 삼성전자의 시스템LSI는 일시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총체적 위기와 한계에 부닥친 것일까. 위기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일회성 부진일까, 필연적인 성장통일까

삼성전자는 모바일 AP를 발판으로 팹리스를 키운다는 그림을 그렸다. 실제로 업계 1위까지 오르며 시스템LSI 사업 역량을 입증해 냈다.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에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AP를 탑재하는 데다 애플도 2007년 스마트폰 사업 초창기부터 삼성 AP를 쓴 덕이다.

하지만 통합 AP 개발이 늦어지면서 시장점유율에서 뒤지던 퀄컴에 역전당했고, 저가 스마트폰용 통합 AP 시장을 장악한 대만 미디어텍에도 쫓기기 시작했다. 2013년께부터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탈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마저도 독자 AP를 탑재하는 비중이 극히 낮아졌다. 엑시노스가 발열 등의 결함을 잡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만큼, 자사 제품에만 자체 AP를 탑재해도 시장 지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데, 시장점유율 순위가 5위까지 떨어졌단 건 그만큼 퀄컴과 미디어텍AP를 많이 쓴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세계 정상에 올랐던 저력이 있는 만큼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근 노태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은 엑시노스가 아닌 갤럭시에 최적화된 AP를 새로 개발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엑시노스의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MX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협력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AP 부문 전 세계 3위(2019년 기준)에 들었던 세계적 기업"이라며 "그 사이 무슨 전략적 실수가 있었는지, 내부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AP 분야 강자는 맞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지난 1월 출시한 모바일AP 엑시노스 2200.

◇근본적 원인은? "고급 인력 부족, 주52시간제 영향"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시스템LSI사업부의 부진은 인력난, 주52시간제 등으로 메모리 신화를 썼던 1세대 때와 조직문화가 달라진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반도체 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도입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전 고위임원 출신 한 인사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삼성전자에서도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다 꺼버렸다"며 "반도체는 매년 새로운 제품을 라인에 집어넣고 램핑업(생산량 증대)을 해야 하는데, 그때만큼은 밤낮 가리지 않고 진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저녁 6시만 되면 퇴근하는데 무슨 일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새 핸드폰이 출시되면 개발자들이 3개월을 밤새워서 일하며 불량을 걸러내고 최고의 성능으로 다듬었다"며 "이번 'GOS' 사태도 과거 같았으면 절대로 나올 일이 아니다. 이런 구조에선 노 사장이든 누가 수장으로 와도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에서도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반도체 R&D 부서에는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논의가 이뤄졌으나, 노동조합 등의 반대로 지난 1월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에는 담기지 못했다.

고급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도 시스템LSI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려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 역시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특별법에 채택되지 못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주 52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국회에서도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R&D 인력 주 52시간제 탄력 근무제, 인력확보 대책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으나,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책은? 시스템LSI 사업부 독립은 가능할까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시스템LSI 사업부가 세계 정상에 오를 정도로 저력과 역량이 있었음에도 성장의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다. 지금이라도 시스템LSI부를 완전 독립 시켜 세계적인 팹리스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 시스템LIS사업부의 최대 약점은 삼성전자 세트(모바일·가전) 사업부가 최우선 고객사라는 점이다. 경쟁사인 퀄컴과 애플 등이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에 반도체를 주문하면 자신들의 설계자산을 공유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 유출 우려로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에 일감을 맡기기가 꺼려진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삼성전자 내에 있으면 삼성 스타일대로 AP를 만들어야 해 경쟁력도 떨어지고, 삼성전자와 한 몸이란 이유로 경쟁사로부터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확 키우는 데 집중하고, 지금이라도 시스템LSI 팀을 독립 시켜 '삼성' 꼬리표를 다 떼고 훌륭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모아 세계적 팹리스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텍도 대만 파운드리 UMC에서 분사한 덕에 아시아 최강 팹리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도, 기업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비메모리 분야 세계 1등은 어렵다"며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팹리스, 파운드리 등 각각의 분야를 어떻게 해나갈지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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