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례적' 경영진단…'AP·중국' 전략 구체화 1년 만에 MX사업부 재점검…거시환경 변화, 공급망 위기 선제 대응 차원
손현지 기자공개 2022-06-02 09:46:46
이 기사는 2022년 05월 30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영진단을 받는다. 주목할 만한 건 갤럭시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1분기(7400만대)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점검을 받는다는 것이다.이전까지의 전사차원의 경영진단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다양하게 논의 중인 전략들을 구체화하려는 목적이 크다. 갤럭시용 특화AP 개발, 중국사업,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 최근 새롭게 강구된 방향성들을 재점검한다. 글로벌 대외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전반적으로 공급망 관리(SCM)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과거 경영진단…'갤럭시노트7 발화, S20 흥행 부진' 계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MX사업부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통상적으로 삼성은 특정 사업부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때 경영진단을 실시한다. 해당 사업부에 감사인력을 파견해 3~6개월간 실적부진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도출한다.
업계는 이번 경영진단을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불과 9개월 전에 실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무선사업부(현 MX사업부)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당시 실시한 이후 약 5년 만의 점검이었다.
작년 경영진단은 갤럭시S20의 실패가 위기가 발단이 됐다. 같은 시기 출시했던 애플 아이폰12가 출시 7개월 만에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한 것과 달리 갤럭시S20은 판매량이 연간 2800만대에 그쳤다. 삼성 IM부문의 매출은 2020년 10년 만에 100조원을 밑돌았다.
삼성은 경영진단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전략을 새로 짰다. 통상적으로 하반기 주력 라인업이던 갤럭시노트를 출시하는 대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폴더블폰 신작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타사 스마트폰에서 갤럭시Z플립3으로 갈아탄 사용자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 대비 1.5배, 갤럭시S21 시리즈 대비 1.4배 많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5G, 쿼드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등을 탑재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경영진단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도출됐다.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20년(19.6%)에서 작년 말 20%로 반등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도 23.7%로 올라 지속적인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삼성은 작년 말 모바일(IM부문)과 가전(CE부문) 등 세트사업을 한데로 합쳐 DX부문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스마트폰부터 가전과 서비스를 한데 아우르는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경험을 강화해 성장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향성이었다.
◇대내외 불안정, 글로벌 공급망 점검 차원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MX사업부 다시 점검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영진단 보단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거시환경 변화가 많아진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아직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한 만큼 추가적인 전략 강구를 위한 점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스마트폰 경영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 스마트폰, 태블릿 기기 성장세는 정체돼 있다. 외부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스마트폰 시장은 13억8000만대로 작년(13억6000만대)에 비해 소폭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태블릿 시장의 경우 그간 교체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역성장을 지속하다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생겨나면서 작년 1억8000만대에서 올해 1억7000만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의 연간 갤럭시폰 생산량이 기존대비 10% 가량 줄어든 2억7000만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1위인 애플도 올해 아이폰 생산 목표치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억2000만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목표치도 하향조정한 상태다. 기존 3억3000만대 수준에서 최근 2억8000만대 수준으로 내려잡았다. 급작스럽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대란, 중국 봉쇄, 갤럭시S22 시리즈 GOS 논란 등 대내외적 이슈들이 연달아 발생한 탓에 연간 생산계획 조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노태문 추진' 특화AP, 중국진출 방안 구체화 목적
이번 MX사업부 경영진단은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강구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중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큰 손이다. 현지에서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세트사들은 저가 부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애플도 화웨이 공백을 노리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은 중국 내 입지도 약하다. 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 전략이 마련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이 지난 3월 갤럭시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기로 한 만큼 관련 방향성도 취합하려는 목적도 크다. 노 사장은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하기 위해 엑시노스(AP)를 만들던 삼성의 시스템LSI부와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용인(시스템LSI부) 사장과 AP 개발 TFT를 운영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경영진단은 파운드리 경영진단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은 지난 2월부터 파운드리사업부 경영진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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