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특수, 방산 다시보기]'자주국방' 외치던 방산, 우주를 넘보다①우크라 사태 장기화, 해외서 러브콜…미래 우주 기술까지 고도화
김동현 기자공개 2022-06-22 07:45:20
[편집자주]
1970년대 '자주국방'을 외치며 성장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장기화한 교전으로 군수물자 수요가 늘면서 국내 업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전쟁 물자 공급에 머물지 않고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 산업에도 도전한다. 더벨이 미래 수요 창출을 위해 뛰고 있는 방위산업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국가의 군비 경쟁을 부추기며 방산업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일으켰다. 러시아가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뛰어난 방호능력을 갖춘 국산 무기를 향한 유럽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 진출에 애를 먹던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한정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요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축적한 기술을 기반으로 민간 우주시대(뉴스페이스)를 준비 중이다.
◇화약 국산화부터 '자주국방'까지
한국전쟁 후 산업 재건이 한창이던 1950년대 '한국화약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화약 업체가 설립된다. 고 김종희 창업주는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화약의 완전한 국산화를 목표로 잡고 인력, 설비 등을 투입한다. 그 결과 1957년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하고 1959년에는 화약류를 완전 국산화해 외국 화약류에 의존하던 내수 시장에 국산 제품을 공급했다. 현 재계서열 7위이자 국내 최대 방산 기업 '한화'의 시작이다.
이후 1960~1970년대는 방산 업계 성장의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1960년대 북한의 연이은 대남 도발에 우리 정부는 1970년 '자주국방'을 선언하며 방위산업 육성을 본격 추진한다. 민간 생산업체를 방위산업 업체로 지정해 부품 제작은 방산업체가, 조립은 군공창이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국산 무기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이 시기 국내 주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방산 시장에 뛰어들며 지금까지 남아있다. 풍산금속공업주식회사(1968년 설립, 현 풍산), 금성정밀공업(1976년 설립, 현 LIG넥스원) 등이다. 자주국방을 기치로 설립된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곳 중 하나다. 풍산은 1973년 안강종합탄약공장을 준공하며 방위산업에 진출했다.
이미 1950년대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한 한화는 1974년 정부로부터 방산업체 정식 지정을 받았고, 현재 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한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을 개발한 시기(1975년)도 이때다.
이후 1980년대에는 현대로템의 K1 전차 개발, 대우조선해양의 전투함·잠수함 건조 등으로 방산업에 뛰어든 기업의 숫자가 늘었다. 국내 항공전력의 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99년 설립됐다.
◇글로벌 분쟁 속 국내 기업 관심↑…우주에 미래 싣는다
올해 방산업계는 새로운 기대감 속에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RDP는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것으로, 체결국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이 훨씬 용이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한국을 방문해 방산기업을 연이어 만난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폴란드 군 관계자들은 이달 초 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FA-50 전투기, LIG넥스원의 천궁 미사일 등의 수출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방산기업은 무기 수출에 그치지 않고 미래 신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우주산업으로,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방산 기술력을 투입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는 한화(모터·파이로시동기, 중대형 액체엔진), KAI(체계 총조립·종합 관리)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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