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을 움직이는 사람들]'외풍에 단단해진 오너십' 김정수 부회장, 수출기업 개혁 전도사로①불닭면 개발·해외사업 진출 지휘, 경영복귀 후 부실 정리·ESG 개선 나서
이우찬 기자공개 2022-06-27 07:57:50
[편집자주]
라면 원조기업으로 통하는 삼양식품은 우리나라 대표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라면 수출액의 약 60%가 삼양식품 몫이다. 불닭면에 힘입어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선제적인 ESG 경영 도입으로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일선에서 삼양식품의 체질개선과 제2도약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의 2010년대 후반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했다. 불닭면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며 외형은 급격하게 불어났다. 반면 불닭면 탄생의 주역인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는 개인 비리 혐의로 법적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법적 고초를 겪은 김 부회장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작년 말 대표이사에 복귀한 그는 불닭면의 해외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또 ESG 경영 강화라는 비재무 요소도 챙기고 있다. 김 부회장의 오너십은 삼양식품 개혁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부에게 인정받은 경영능력, 불닭면 탄생 이끈 '섬세함'
김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예고를 나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 학사를 졸업했다.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든 건 삼양식품이 IMF를 겪은 뒤인 1998년 2월이었다. 결혼하고 4년째 삼양식품이 부도를 맞은 그해 입사했다.
예고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특유의 섬세한 업무 처리로 시부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특히 미적 감각을 앞세워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시부를 도와 경영에 입문한 김 부회장은 2001~2002년 영업본부장을 거쳐 부사장에 오르며 삼양식품 재도약의 초석을 다졌다.
김 부회장은 삼양라면 패키지 디자인을 직접 했고 '맛있는라면' 등의 제품 이름도 직접 지었다고 한다.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불닭면의 탄생은 김 부회장의 섬세함이 낳은 화룡정점이었다.
2011년 초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은 김 부회장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 등을 탐방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면은 2016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Fire Noodle Challenge(불닭볶음면 먹기 도전 영상)’을 계기로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
◇법적 리스크, 더 단단해진 오너십 계기될까
불닭면으로 해외 사업이 본격 확장하는 가운데 위기도 찾아왔다. 김 부회장과 그의 배우자인 전인장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2018년 기소돼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작년 말이 돼서야 취업제한이 풀리며 22개월 만에 대표로 복귀했다.
김 부회장의 오너십은 방향성이 뚜렷해졌다. 법적 리스크로 챙기지 못했던 해외 사업을 오너십을 발휘해 본격화하는 쪽으로 힘이 모아졌다. 여기에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도 포함됐다. 법적 고초를 겪은 만큼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비재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 안팎의 요구도 대거 받아들였다.
김 부회장은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며 영업, 마케팅,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명운이 걸린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싣기 위한 선택이다. 시장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성과 확대를 위해 김 부회장이 결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UAE 독점 공급 계약, 중동 진출 확대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파트너십은 김 부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지휘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거래 상대방이 오너십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다"고 귀띔했다.
2400억원이 투입된 밀양 신공장은 올 상반기 가동을 시작했다. 해외수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매출의 약 95%가 라면에서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삼양식품이 전체 공장을 풀 가동하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한다.
◇부실 사업 정리, ESG 적극 개선도
2010년대 삼양라면은 김 부회장의 배우자인 전인장 회장 지휘 아래 외식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2010년 호면당을 시작으로 제주우유, 크라제버거 등을 인수했다. 2014년에는 호면당에서 라면 전문 브랜드 '라멘에스'를 선보여 백화점 등에 입점했다. 그러나 시장에 안착한 외식 브랜드는 없다. 본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해외 사업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은 호면당 철수라는 카드를 실행에 옮겼다. 김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가운데 선택과 집중의 시그널로 시장은 호평했다. 내부 직원들도 김 부회장 경영 복귀 후 의사결정의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성을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문막에 있는 유가공 공장도 문을 닫았다. 적자가 발생한 유제품의 직접 생산을 접고, OEM 방식으로 전환했다. 해외 라면사업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결정한 전략적 폐쇄였다.
지주회사인 삼양내츄럴스의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도 김 부회장의 결단이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는 후문이다.
삼양내츄럴스는 제조사업을 삼양식품에 최근 양도했다. 자금조달·투자사업, 지적재산권 관리·라이센스업, 친환경 에너지발전업, 식품·제약산업 기술 연구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진화를 예고했다.
김 부회장은 해외 사업 확대,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비재무 요소인 ESG 경영 측면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있다. 올초 신년사에서 그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삼양식품은 상법상 의무 대상 기업이 아니지만 지난해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며 외부 감독의 장치를 마련했다. 사외이사의 수는 2020년까지 1명이었으나 현재 4명으로 증가했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배구조 투명화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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