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을 움직이는 사람들]'IB 전문가' 장재성 부사장, '자금조달·지주사' 콘트롤 중책③첫 회사채 발행 성공 데뷔, 삼양내츄럴스 대표 겸직 중장기 전략 수립
이우찬 기자공개 2022-06-29 07:35:14
[편집자주]
라면 원조기업으로 통하는 삼양식품은 한국의 대표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라면 수출액의 약 60%가 삼양식품 몫이다. 불닭면에 힘입어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선제적인 ESG 경영 도입으로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일선에서 삼양식품의 체질개선과 제2도약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닭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덩치를 빠르게 불린 삼양식품은 2020년 말 이후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하기 시작했다. 사세 확장과 함께 해외 영업망 확대와 신사업 발굴 등 주요 과제가 늘자 세대교체와 맞물려 외부 전문가를 끌어모은 것이다.장재성 대표이사 부사장은 삼양식품에 영입된 외부 인재 중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자금 조달 전략을 짤 전문가가 필요했고 장 부사장은 IB 업계를 떠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창사 첫 회사채 발행 중추, IR 변신 지휘
장 부사장은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는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 이사회 의장을 맡는 문용욱 상임 고문과 함께 삼양식품 삼각 편대의 한 축으로 통한다. 1970년생으로 건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컴퓨테이션 공학석사를 받았다.
1996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KEB하나은행을 거쳐 투자자문회사인 케이클라비스 홀딩스 대표를 지냈다. IBK투자증권 M&A본부장(상무)을 맡는 등 재무, 금융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재무·전략통이다. 이후 풀무원 사외이사와 한국공항공사 투자자금융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전무)으로 영입됐다. 장 부사장은 입사 전인 2016년 삼양식품과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불닭면의 수출이 본격 확대되던 시기였다. 그는 삼양식품에 해외 수출 확장, 중국 진출 추진과 관련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삼양식품 입사에는 20년 이상 IB 업계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기업 경영'이라는 더 큰 도전으로 향하기 위한 그의 열정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주로 재무전략·투자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실제 성장을 주도하는 경영 의지가 강하게 뒷받침했다고 한다.
장 부사장은 창사 이래 최초로 삼양식품이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삼양식품은 작년 12월 750억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올해 상반기 준공한 밀양 신공장에 투입된 총 24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금리 인상과 작년 말 기관들의 투자 마감으로 시장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장 부사장은 그럼에도 수요 예측에서 당초 목표액인 5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25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 성공을 이끌었다.
장 부사장은 적극적인 IR로 흥행을 지휘했다. 첫 회사채 발행인 만큼 장 부사장 주도로 한 달 넘게 공을 들여 IR 자료를 만들었다. 이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IR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 이후 장 부사장 주도로 분기별 IR자료 제공과 IR설명회 등을 개최해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장 부사장은 삼양식품 입사 1년 만인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일원이 됐다.
◇지주사 대표이사 겸직 보폭 확대, 사업구조 재편 중심
장 부사장은 삼양식품 이외에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주도할 만큼 입지를 넓히고 있다.
장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삼양내츄럴스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올 1월 선임됐다.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역할과 중점 사업을 재정립했다.
지난달 삼양내츄럴스의 제조사업을 삼양식품에 양도했다. 삼양내츄럴스는 제조사업 없이 그룹 차원의 사업 활동을 관리하는 지주사 고유의 역할을 강화하고 삼양식품은 제조업 기반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냉동식품시장 진출 본격화를 위해 삼양식품이 삼양냉동의 B2C 영업채널을 양수하는 결정을 이끌었다. 영업 마케팅 역량에 강점을 지닌 삼양식품과 냉동식품 제조에 전문성을 보유한 삼양냉동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사업을 덜어 낸 삼양내츄럴스는 지주사업, 자금조달·투자업, 지적재산권 관리·라이센스업, 해외투자업, 식품·제약산업 기술 연구사업, 제약산업 제품개발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장 부사장에게 투자,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이 부여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내츄럴스를 삼양식품 각자대표인 장 부사장에게 맡겨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삼양내츄럴스는 계열사 신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주주가치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창사 첫 자사주 매입, 중간배당 추진도 장 부사장 영입 이후 일어난 변화다. 재무 전문가로 실질적인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장 부사장의 밑그림대로 주주환원 정책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2월 7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3개월간 약 3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달 9일에는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 결정 공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연 2회 배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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