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IPO 로드맵 다시 짠다...11번가 주관사 지연 새 사령탑에 하형일 CIO, '쉴더스·원스토어' 재상장부터 시작
강철 기자공개 2022-06-27 07:39:20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가 하형일 사장의 주도로 기업공개(IPO) 전략을 다시 짠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와 원스토어부터 후발 주자인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자회사의 중장기 IPO 로드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이에 따라 지난달 경쟁 입찰까지 마친 11번가의 주관사단 선정은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로드맵 재편이 길어질 경우 딜 리스트에서 11번가를 잠시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11번가·콘텐츠웨이브·티맵모빌리티' 줄줄이 대기
SK스퀘어는 최근 하형일 11번가 사장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했다. 이를 통해 '윤풍영-하형일'의 듀얼 CIO 체제를 구축했다.
하 사장은 앞으로 ICT플랫폼과 관련 투자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과거 SK쉴더스 인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원스토어 투자 유치 등 여러 빅딜을 완수한 경험이 있는 만큼 CIO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번가 대표이사는 계속 겸직한다.
기존에 ICT플랫폼 사업을 책임졌던 윤풍영 사장은 인사에 맞춰 반도체, 글로벌 투자, 신사업 발굴 등으로 업무 분장을 변경했다. 반도체를 맡은 만큼 앞으로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에 업무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두 CIO 모두 과거 SK텔레콤 Corporate센터장을 역임한 핵심 인재"라며 "지주회사 출범 때부터 구상했던 2개의 CIO 조직 운영을 이번 인사를 통해 정식으로 시작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편제 변경에 따라 앞으로 자회사 IPO 업무는 하 사장이 총괄한다. 하 사장은 조직 정비를 마치는 대로 새로운 IPO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 구상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로드맵에 맞춰 실무를 담당할 신규 인력도 충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IPO 새판짜기'의 최우선 목표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재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자회사는 지난달 초 일주일 간격으로 공모주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얼어붙은 시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많은 전문가가 시장 컨센서스보다 다소 과하게 산정한 기업가치를 상장 실패의 실질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를 감안할 때 재상장 전략의 초점은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 산정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재상장은 이후 '11번가→콘텐츠웨이브→티맵모빌리티'로 이어지는 후발 주자의 원활한 증시 입성을 위한 선행 조건이기도 하다. 가장 마지막 순서인 티맵모빌리티가 IPO 목표 시점을 2025년으로 잡은 만큼 늦어도 내년 중에는 양사의 재상장 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밸류 산정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합의를 이루는데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결국 이 부분이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 자본시장 업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나 상장을 반드시 완수하고 싶다면 손해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밸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번가 주관사단 구성 장기화 조짐
조직 재편에 따른 IPO 컨트롤타워 변경은 11번가의 주관사 선정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11번가에만 전념하던 하 사장이 계열사 IPO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오른 점은 일정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다.
11번가는 지난 5월 셋째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국내 증권사가 17일, 외국계 하우스가 19일에 각각 PT에 참여해 이커머스 업종의 방향성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IPO 전략을 제시했다.
다만 PT 종료 후 한달이 지나도록 주관사단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각 후보군에 대한 실무진의 채점은 다 끝났으나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애매해진 결재라인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경쟁 입찰을 실시한 LG CNS가 일주일만에 주관사단 7곳을 확정해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시장은 11번가의 주관사단 선정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전체 로드맵 실행 스케줄 자체가 1~2년정도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두 번의 철회를 경험한 SK스퀘어와 하 사장이 전략 수립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포트폴리오를 더는 늘리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SK스퀘어 역시 시황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신중하게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1번가의 경우 로드맵 상에서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PT를 마쳤다고 해서 주관사 선정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결과를 기다리는 IB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으나 일단은 딜 리스트 후보에서 11번가를 잠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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