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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기생시대 종언]담보유지 의무면제에 '뜨뜻미지근한' 증권사들③당국 방침에도 ‘반대매매 하루 유예’ 그쳐…리스크 져야 하는 증권사도 부담

최윤신 기자공개 2022-07-12 13:09:55

[편집자주]

빚투 열풍이 꺼지며 급팽창했던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가 급격히 줄어든다. 증권사 비즈니스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신용공여 사업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간 증권사별 신용공여 비즈니스 지형도 변화와 향후 전망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7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 가속화 원인으로 ‘반대매매’가 지목된다. 주가가 떨어지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빚투’ 계좌에 담보비율이 부족해져 주식을 강제로 일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다수 발생했다. 이는 시장 급격한 자금 유출로 이어져 주가 하락에 부채질했다.

금융당국은 반대매매를 줄이기 위해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한시적으로 없애고 나섰는데, 증권사들의 참여가 소극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도 난처하다. 한시적으로 담보의무를 면제해준다는 정책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적극 부응하긴 어렵단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실효성 없는 방침만 내놓은 중소형사…그마저도 못한 대형사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증권 유관기관과 금융시장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장중 2300아래로 떨어진 코스피 지수를 의식한 조치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며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 한 상황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봤다.

변동성 완화조치의 핵심은 반대매매로 향했다.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해 반대매매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신용융자 담보비율은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확보해야 하는 담보비율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규정은 증권사에게 신용공여금액의 140% 이상의 담보를 징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이에 미달할 때는 즉시 투자자에게 추가담보 납부를 요구해야 한다.

담보 납부를 요구했지만 납부되지 않으면 증권사는 채무변제를 위해 담보된 증권을 임의처분 할 수 있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시장에선 최근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게 반대매매라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동안 이뤄진 반대매매 규모는 4173억1500만원에 달했다.

당국의 구상엔 과도한 반대매매를 줄이면 주가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담겨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 시장이 위축됐던 2020년 3월부터 6개월간 동일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에는 급격한 유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이 반등해 사실상 의미는 없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당국은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했지만 조치 이후 적용되는 담보비율의 기준은 증권회사 자율에 맡겼는데, 증권사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실제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크다.


지난 4일부터 조치가 시작됐는데, 6일까지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만이 이를 반영한 별도 요건을 내놨다. 담보비율 120~130% 이상인 경우에 한해 1일간 반대매매를 유예한다는 게 공통적인 내용이다. 담보유지비율을 낮춘 게 아니라 담보비율 10~20%포인트 부족한 계좌에 한해 반대매매를 하루 유예하는 형식이다. 사실상의 실효성은 없단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사 내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건 인식하고 있다”며 “당국이 관련해 공문까지 보낸 만큼 아무조치도 내놓지 않을 수 없어 내놓은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사들은 아직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용융자잔고 상위 5개사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한 곳도 방침을 내놓지 못했다. 당국의 요구인 만큼 구체적인 안을 곧 확정할 것이란 게 공통적인 대답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 보호책이기도 해”

대형사들도 중소형사들과 크게 다른 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담보비율을 낮춰서 운용하면 증권사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담보비율에 미달할 경우 즉시 반대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 추가 담보 징구를 요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납입기일까지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날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한가 반대매매를 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적어도 2영업일이 걸린다.

국내 증시 하한가(-30%)를 고려할 때 140%의 담보비율로도 원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 담보비율을 낮추면 원금회수 가능성은 더 크게 줄어든다.

반대매매 유예 기간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 기존에도 증권사 각 지점에선 고객의 거래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길게는 수거래일간 반대매매를 유예하기도 했지만 이는 차주의 신용도는 물론 신용융자를 통해 투자한 종목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됐다. 모든 투자자들에게 반대매매를 장기간 유예하겠다고 ‘명시’하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상장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의 리스크 증대를 무릅쓰고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줄이기 위해 전향적인 방안을 내놓을 경우 경영진은 ‘배임’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며 “당국이 특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한 회사의 리스크를 키우는 결정은 할 수 없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반대매매가 투자자 보호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비율을 설정하고 반대매매를 하는 게 증권사의 건전성 관리 방법이기도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도 더 큰 손실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담보비율이 부족해진 이후 주가가 더 떨어지면 왜 반대매매를 하지 않았냐고 항의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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