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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비트나인, 증시 부진에도 '280억 조달' 배경은①금리 인상 반영, 만기이자율 3.5% 제시…글로벌 거점 확보·기업 M&A 투자 재원 활용

정유현 기자공개 2022-07-13 08:00:56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 전문 개발사인 '비트나인'이 상장 후 처음으로 28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상장 전 운영자금 목적으로 15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2021년 기업공개(IPO) 후 대규모로 CB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규제 여파에 증시 부진까지 이어지며 CB 발행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과감하게 외부 조달 카드를 꺼낸 것이 눈길을 끈다. 향후 급변하는 IT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 및 유망 기업 M&A를 통해 세계 유일의 '그래프 DB'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비트나인은 최근 280억원 규모의 2회차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3.5%로 책정됐다. 만기는 5년으로 2023년 7월 8일부터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 CB는 수성자산운용(50억원), GVA자산운용(50억원) NH헤지자산운용(5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50억원),JB자산운용(50억원), 프렌드투자파트너스(30억원)이 CB를 인수해 각각 펀드에 담았다.

2회차 CB의 만기이자율이 3.5%로 책정된 것은 최근 금리 인상 여파가 반영된 탓이다. 과거처럼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0%대로 조건을 제시하면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든 상황이다. 표면이자율은 0%로 가되 만기이자율을 요구하면서 조금이라도 하방을 다져놓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비트나인의 전환사채 투자자 대부분은 CB를 펀드에 담아 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5년)까지 CB를 보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들은 메자닌을 펀드에 편입해 뒀다가 1~2년 뒤 주식으로 전환·처분해 수익률을 올린다. 펀드 만기를 5년으로 정했어도 대부분 2년 이내에 수익을 내고 청산한다.

만기가 사실상 의미가 없지만 만기이자율을 중요시 한 것은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 전환 후 차익실현에 이점이 없는 상황에선 만기까지 기다려 3.5%의 이자라도 받을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번 CB는 발행사인 비트나인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낮은 전환가액에 발행했기 때문이다. 높은 주가에 발행했을 때보다 주식으로 전환될 CB가 많다는 점이 부담될 수 있다. 비트나인의 주가는 2021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올해 1월 5일 장중 2만4100원으로 신고가를 찍은 바 있다.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지난 달 초까지는 1만5000원대에서 움직였다. 2회차 CB 발행가는 1만1292원으로 책정됐다.

낮은 전환가액과 만기이자율 제시 등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CB 발행에 나선 것은 사업 확장의 적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트나인의 자금 조달 목적이 재무 지표 개선이 아닌 사업 확장에 방점이 찍혀있는 점이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참여한 GVA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래프DB를 활용하는 사업이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 집약적인 사업이고 나름의 성과도 내고 있다"며 "이번 발행이 부채 상환 등의 목적이 아니라 신규 사업을 가속하는 측면이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나름 메자닌에 깐깐한 운용사들도 투자에 참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비트나인은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과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 그래프DB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프DB 기술은 점(노드)과 선(라인)으로 데이터를 저장해 데이터 간 관계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 비트나인이 진행하고 있는 'AGE' 프로젝트(아파치 AGE)가 아파치 재단의 탑레벨 프로젝트(TLP)로 승격됐다. 아파치프로젝트는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소스 프로젝트 재단이다. 아파치 AGE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있어 최적의 비즈니스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에 빠르게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고자 외부에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10여 곳 이상에 R&D 거점 확보를 선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관계형 DB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업 M&A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트나인은 최근 탈(脫) 오라클 흐름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오픈소스 및 DB 전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비트나인 관계자는 "주가가 저점이지만 변화가 빠른 IT업계에서 사업 확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CB를 발행했다"며 "우선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는 데 자금을 투입하고 기술력 있는 기업도 인수할 예정이다. 현재 태핑 단계로 조만간 M&A 관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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