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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논란]“규제 과도” 상품 승인범위 놓고 당국-업계 대립각①“제도 성격상 소수 선별 필수” vs “위험 집중으로 대응 불리”

이민호 기자공개 2022-09-01 08:07:30

[편집자주]

7월부터 본격 시행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으로 인해 관련업계가 분주하다. 사업자와 자산운용사들은 오는 10월 첫 번째 상품 승인을 위한 사전 준비에 한창이지만 논란도 여전하다. 고용노동부가 승인상품수를 소수로 제한하면서 과도한 포지티브 규제를 지적하거나 대형 자산운용사 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시키고 정기평가 기간을 3년으로 정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더벨은 디폴트옵션을 둘러싼 쟁점과 대응 현황을 5편에 걸쳐 자세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0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직접 승인하고 상품수도 최대 10개로 제한하면서 퇴직연금 업계가 과도한 포지티브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안정성과 위험관리 능력이 우수한 상품을 선별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다양한 상품 풀(pool)을 확보해두고 시장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 여지를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고용부 승인 의무화에 '상품 개수·유형 협소' 지적

지난달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됐다. 지난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달 세부 시행령이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가 오는 10월중 첫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할 계획을 밝히면서 은행·증권·보험 등 각 업권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상품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을 두고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사업자뿐 아니라 핵심 상품인 펀드를 공급하는 자산운용사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업계는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승인 권한을 쥐고 사업자가 임의로 선정하지 못하도록 한 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심의위원회에 신청해 승인받은 상품에 한해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중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각 사업자가 신청할 수 있는 상품수를 최대 10개로 제한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으로 나누고 초저위험(1개)을 제외한 각 투자성향에 최소 2개 최대 3개의 상품만 허용하기로 했다. 각 상품은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 또는 펀드의 단일 상품이나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를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펀드 유형을 4개로 제한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ETF 자산배분형(EMP)이나 공모 OCIO펀드 등이 포함되는 밸런스펀드(BF) △머니마켓펀드(MMF)나 단기채권형 등 단기금융 중심의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기반시설사업에 투자해 인컴 수익을 추구하는 사회간접자본(SOC)펀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험 집중에 시장 대응 불리 ”과도한 포지티브 규제” 반발

고용노동부는 디폴트옵션의 성격을 고려하면 운용상품에 대한 등록이 아닌 승인 형태를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디폴트옵션이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때 자동으로 발동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품만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현재도 디폴트옵션과 무관한 퇴직연금 자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용노동부 승인 없이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 유치하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자금은 전체 퇴직연금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 성격을 고려하면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그동안 운용 레코드를 쌓은데다 내부적으로 독립된 조직과 체계도 갖추고 있어 자체적인 위험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상품을 변경할 경우 심의위원회에 변경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적시에 상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승인상품수를 최대 10개로 제한한 데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라는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소수의 대표상품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펀드는 충분한 운용규모를 갖춰야 자산배분 비율을 충족하는 등 제대로 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품 유형을 4개로 한정한 이유도 장기 수익과 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업계는 승인상품의 수와 유형이 지나치게 제한돼 오히려 특정 상품에 위험이 집중되는데다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한 상품 교체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록 TDF나 EMP가 개별상품 자체에 자산배분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주식 자산에 대한 불가피한 노출에 따라 올해 같은 경우 이들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대거 마이너스(-)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보다는 다양한 상품 풀을 충분히 확보해두고 시장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 여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사업자가 직접 구축하고 상품 풀도 충분히 확보해 적시에 리밸런싱이 가능한데다 평소 일선 영업점에서 판매의 기준이 되는 추천상품은 분기별 또는 월별로 재선정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며 “디폴트옵션 성격을 고려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7~10개에 불과한 상품수에서는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추락하더라도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시장 대응력 측면에서 크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위원 구성·심사 기준 모호…심의위 불신 여전

일각에서는 심의위원회 구성 및 상품 심사기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위원장인 고용노동부 차관과 정부위원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및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을 제외하고 7명 이내의 민간위원이 위촉된다.

민간위원 요건은 노동·경제·경영·금융 관련 분야 조교수 이상 3년 이상 근무자 또는 연구기관·공공기관 3년 이상 근무자, 퇴직연금·자산운용·금융상품 평가 및 위험관리 분야 3년 이상 근무자로 정하고 있다. 업계는 해당 요건만으로는 민간위원 구성이 특정 분야나 업권에 쏠릴 우려가 있으며 업계 상품 담당자와 비교해 현장 감각과 전문성에 대한 우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펀드 심사 기준으로 자산배분 적절성, 손실 가능성, 수수료 적정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TDF나 EMP로 큰틀에서의 전략이 같더라도 지역별·자산별 비중이나 편입자산 유형 등 세부 전략에서 운용사별 또는 상품별로 천차만별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심사 기준으로 제대로 된 상품 선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퇴직연금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세부 전략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과거 3년 등 기간 동안의 수익률과 변동성으로 상품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과거 운용 실적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별 세부 전략 파악이 가능한 위원 구성이 요구되며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차라리 등록제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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