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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2]'프리미엄 강자' 밀레 통해 본 유럽 속 '삼성·LG'세 기업을 설명하는 '컬러가전·친환경·AI' 세 가지 키워드

베를린(독일)=김혜란 기자공개 2022-09-08 09:59:5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를린 가전박람회 'IFA(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에서는 유럽 가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가전·전자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6일(현지시각) 막을 내리는 올해 'IFA 2022'에서 확인할 포인트는 세계적인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돼 있느냐, 유럽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Miele)와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유럽 바이어들과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느냐였다.

유럽 시장에서 보쉬(Bosch)와 지멘스(Siemens) 등이 중저가 라인을 형성한다면 밀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향하는 '명품 가전'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류재철 LG전자 가전사업부장은 IFA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밀레와 제품 카테고리가 완전히 같진 않지만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점은 똑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에서 밀레와 비교해 얼마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를 가늠해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올해 밀레와 삼성전자, LG전자의 IFA전시에서 읽을 수 있었던 테마는 '컬러가전'과 '친환경', '인공지능(AI)'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 키워드로 밀레와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쟁력을 비교해본다.

◇백색→메탈 →컬러가전? 유럽 트렌드 주도할까

(왼쪽) LG전자가 IFA2022에서 처음 공개한 무드업 오브제컬렉션 냉장고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도어 색을 원할 때마다 앱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역시 도어 색을 바꿀 수 있단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사진=김혜란 기자)

이번 IFA 현장에서 밀레와 삼성전자, LG전자의 전시관을 둘러볼 때 가장 눈에띄는 차이는 '색상'이었다. LG전자는 냉장고 문 색깔을 소비자가 원할 때마다 바꿀 수 있는 'LG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MoodUP)'을 올해 IFA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콘셉트의 비스포크(삼성전자), 오브제컬렉션(LG전자)를 내놓았으나 무드업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볼 수 있다. 냉장고 문을 바꿔달지 않고도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LG씽큐(LG ThinQ)' 앱에서 선택하는 간편한 방식으로 색상을 원할 때마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 밀레 전시관에선 색을 강조한 제품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밀레의 경우 흰색과 회색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과거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도 대체로 흰색이라 '백색가전'이라고 불렸다. 이후 '메탈'로 고급스러운을 강조한 제품들이 나왔다. 그다음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가전에 화려한 색상을 입힌 '컬러가전'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가전기기에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담고, 집안 인테리어로 활용하려는 새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엔 제조사와 소비자가 가전의 디자인이나 색깔보단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컬러' 자체가 제품 경쟁력이 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왼쪽)삼성전자 'IFA2022' 내 비스포크 제품 전시 공간 전경. (오른쪽) 커스터마이즈를 강조한 독일 가전 브랜드 리페르(LIEBHERR)가 전시한 냉장고. (사진=김혜란 기자)

다만 유럽에서 선호도가 높은 밀레가 여전히 백색이나 메탈에 주력하는 데도 이유는 있다. 밀레는 자사 제품이 '한 번 사면 2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강한 제품'임을 강조한다. IFA 부스에서 만난 밀레 관계자는 "20년 동안 제품을 사용하려면 질리지 않고 편안한 색상이어야 한다"며 "또 유럽은 빌트인 선호도가 높아 다른 가구와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데 유행따라 바뀌는 컬러가전보단 모노톤의 제품이 훨씬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럽 소비자들이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선호하느냐, 컬러가전에 끌리느냐가 밀레와 삼성전자·LG전자의 경쟁력을 좌우할 하나의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에서 백색가전, 메탈 가전이 주류라곤 하지만 IFA에서 커스터마이징을 강조한 독일 현지 브랜드 제품도 볼 수 있었다. 독일 가전브랜드 리페르(LIEBHERR)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색상을 선택하고, 원하는 이미지와 그림을 도어에 인쇄할 수 있는 'My Style'을 전면에 전시했다. 유럽 시장 한쪽에선 개성을 강조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제품에 대한 수요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독일 베를린 Alexa 내 있는 전자제품 판매전문점 미디어막트(Media Markt) 전경. 미디어막트 내 삼성전자와 밀레 판매점. 밀레 부스 내부. 미디어막트 내에 색을 강조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BESPOKE) 제품을 전시한 모습.(사진=김혜란 기자)

◇'소비자 행동' 강조한 밀레, '에너지효율 1등' 선포한 삼성…소극적인 LG

이번 IFA의 주요 전시 테마에선 '친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유럽의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성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럽가전업체들이 너도나도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차별성을 제시하는 기업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밀레가 이번 IFA에서 내세운 캠페인을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사용패턴을 바꿔 탄소배출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등 제조 단계에서 기업이 노력하는 것만으론 실제로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소비자 참여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예를 들어 IFA에서 밀레의 애플리케이션 '밀레앳홈(Miele@Home)' 내 '소비량 대시보드' 기능이 공개됐는데, 이는 소비자가 전기와 물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직접 보여준다.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 소비량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밀레는 제품 가격이 다소 비싼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보다 내구성 강하고 사용 후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와 부품을 사용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IFA현장에서 만난 가전 대기업 고위 임원은 "밀레가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면에서 앞서가고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그런 부분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IFA2022' 밀레 전시관 모습. '지속가능성'이 전시의 핵심 테마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곳곳에 나무를 설치했다. (사진=김혜란 기자)

삼성전자 역시 적극적으로 친환경 관련 메시지를 내놨다. IFA 개막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각) 국내·외 언론인을 초청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유럽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벤자민 브라운(Benjamin Braun)은 '에너지 효율 1위 가전브랜드'가 되겠단 비전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에너지 절감을 가능하게 하도록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IFA 기간에도 생활가전사업부 양혜순·박찬우 부사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가전 제품이 점점 더 편안한 삶을 위해 기술,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에너지 효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앞으로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기술의 핵심 축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IFA 참석 전 유럽의 에너지 소비효율 최고 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 더 절감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유럽 최고 등급인 'A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10% 적고,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 내에서 제공하는 'AI 에너지 모드'(AI 절약 모드)로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다. 로컬브랜드 대비 에너지 효율성 높은 제품을 내세워 유럽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LG전자는 신제품 출시에 전시의 주요 테마가 맞춰지면서 친환경을 앞세우진 않았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고 에너지등급인 'A'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10% 적은 제품을 개발했다. 여기에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 내에서 제공하는 'AI 절약 모드'로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탁기는 최대 70%까지, 냉장고는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단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사진은 이에 대한 설명판. (사진=김혜란 기자)

◇AI 시장 확대, 경쟁력 포인트 될까

'스마트홈(smart home)'도 가전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더욱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가전을 내놓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AI시장은 국내 기업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IFA에서 만난 유럽 현지 브랜드들도 멈춰 있진 않았다.
'IFA2022' 밀레 전시관 내 부스에서 밀레 관계자가 '소비량 대시보드'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김혜란 기자)
밀레와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스마트홈 구현이라는 방향성은 같아도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 '3사 3색이다.

밀레의 경우 TV 등은 생산하지 않고 주방 가전에 주력하는 만큼 주방 내에서 소비자들이 AI기능을 활용해 편의성과 고객경험 극대화에 초점을 뒀다. 이번 IFA에서도 AI기반으로 오븐 안의 카메라가 음식을 인식하고 전 요리 과정을 제어하는 '스마트 푸드 ID(Smart Food ID)', 냄비 등 조리 기구의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팬을 적정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등 인덕션의 전 조리 과정을 제어하는 '쿡어시스트(CookAssist)' 등 '밀레앳홈' 내 기능이 소개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IFA에서 내세운 주요 AI 주제는 '타사 가전과의 연동을 통한 스마트싱스 확장성'이었다. IFA를 찾은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IoT 플랫폼 내놨지만 아직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데 제약을 느끼고 있다"며 "스마트싱스 대중화를 통해 이 같은 불편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는 HCA(Home Connective Alliance) 표준을 적용해 13개 회원사의 기기를 연동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HCA는 다양한 가전업체의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서로 연동하기 위해 결성한 가전업체들의 협의체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가입해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선보인 '업(UP) 가전'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다. 업가전은 LG전자의 IoT 플랫폼인 'LG씽큐(LG ThinQ)' 앱을 통해 기존 구매한 제품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번에 첫 공개된 무드업 냉장고도 제품 구매 이후 소비자의 취향대로 색상을 바꾸거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데, LG전자가 업가전을 통해 제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타사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 전략의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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