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사이더스]"매매 단기화 가속, 올바른 정보공개가 해법"①단기 수익 쫓는 운용 환경…거래소 역할 재정립 필요
심아란 기자공개 2022-09-13 07:41:32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업계를 리드하는 '핵심 관계자'를 모았다. 일명 바이오 인사이더스(insiders)다. 바이오텍 주요 임원 또는 벤처캐피탈 주요 심사역 등으로 구성된 이들이 시장의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더벨은 정식 인터뷰 등을 통해선 나올 수 없는 통찰력 있는 견해를 모아서 독자에게 전달키로 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이름, 소속, 직책은 밝히지 않는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 들어 코스닥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상위 20개 업체 합산 시가총액이 38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연초에 50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30% 가까이 위축된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시장 요인이 맞물린 가운데 바이오텍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자금 조달 능력이 곧 기업의 지속성과 연결되는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주가 변동성은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바이오 기업공개(IPO) 허들까지 높아지면서 비상장사 펀딩도 원활하지 않아 자금 조달 전략 세우기는 난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바이오 생태계 안에서 취약점과 개선할 부분을 알아보고자 제약바이오 회사 및 공공기관 등에 몸담은 4명의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적정 밸류에이션 도출 기능이 약화된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까지 단기 수익만 쫓아 바이오텍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 주체로는 대규모 자산을 굴리는 연기금이 지목됐다. 연기금이 장기 투자를 위한 운용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거래소의 역할 재정비와 바이오 기업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A: 상장 바이오벤처 대표
B: 비상장 바이오벤처 대표
C: 바이오 전문 칼럼니스트
D: 공공기관 연구원
A: 프라이싱 기능이 망가진 시장 중에 하나가 코스닥이다. 가치가 저평가 되거나 부풀려지기도 하는데 시장 참여자들의 매매 주기가 짧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주범은 결국 연기금, 보험사 등 대형 투자기관이다. 자산을 배분하는 주체들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익률 평가를 분기별로 하진 않았다. 지금은 월별로도 하니 펀드매니저들은 실적을 위해 장기 투자가 불가능하고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B: 대형주 1~2개 아니면 바이오 주식은 오래 들고 있을 수가 없으며 롱텀이어도 최대 6개월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애널리스트 기능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A: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향후 1~2년을 바라보고 리포트를 작성한다. 그러나 단기 실적 평가가 중요한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 말을 들을 수 없다.
B: 셀(sell) 리포트를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주가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곳들이 적지 않은데 애널리스트가 좋고 나쁨을 구별해주지 않는다. 여기에 펀드 매니저들까지 단기 투자를 하니 기업 선별 기능이 약해졌다.
A: 결국 문제 해결 우선 순위를 꼽는다면 돈을 집행하는 쪽, 연기금 등에서 롱(보유) 비중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 연기금은 5년 동안 거래 3회 등 거래 횟수를 제한해 롱 비중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오래 투자할 회사를 연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는 거래 횟수와 상관없이 수익률만 따지니 시장이 프라이싱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장기적인 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까지 없어지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C: 장기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환경이 되려면 정보 제공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 바이오 상장사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소극적인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투자자들 불만이 걱정돼 미리 피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 투자 환경이 조성돼도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오래 보유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생각한다.
A: 그래서 거래소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거래소가 기술 수준을 잣대로 바이오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어떤 기술이든 그 나름대로 필요하고 모든 기술이 세계 최고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제공하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사의 기술을 두고 좋고 나쁨이나 경쟁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만약 회사가 파이프라인이 혁신 신약이라고 주장하면 그 근거 자료를 요구하는 식이다. 투자자를 오도하는 정보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래소는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바이오 사업성을 평가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직접 평가한다는 논리를 유지한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그 말 자체가 모순이다. 차라리 회사의 정보 제공을 유도하는 편이 낫다.
D: (바이오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기술특례제도는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했고 목적에서 벗어난 면이 있다. 혁신이 없으면 결국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니 금융위 등 관련 당국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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