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사 전환 해법, 삼바 '역할론' 대두 [삼성물산은 지금]⑤삼성전자 자회사로 분류 시 '지주 강제전환' 불가피
신준혁 기자공개 2022-09-14 07:16:06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미뤄덨던 현안인 지주사 전환 결정을 비롯해 순환출자 고리 끊기, 금산분리 해결과 같은 필수 재편 작업은 모두 삼성물산이 움직여야 해결이 가능한 숙제들이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으로 볼 수 있는 삼성물산은 사업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다. 건설과 패션, 레저부문으로 이뤄져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고 신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자산의 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또 다른 복수의 계열사 보유 지분 가치가 매년 증가 추세다. 표면적으로 총 자산이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본연의 사업 성과보다 지분 가치의 증대 때문이다.
문제는 지분가치가 자산의 절반을 넘길 경우 지주사로 강제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 전환 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 등 각종 규제 문제에 휩싸이게 된다.
삼성물산은 당장 삼성전자가 자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이를 피해가고 있지만 사실상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모양새다. 유권 해석에 따라 언제든 삼성전자가 자회사로 판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을 피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문제를 풀 열쇠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 고민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고민은 올해 초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가액이 자산의 절반을 넘으면서 시작됐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매도가능금융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23조3974억원으로 삼성물산의 별도기준 자산 39조6738조원 중 69%에 해당한다.
2017년 4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철회한 후 지배구조 개편을 미뤄왔지만 5년 만에 강제전환 이슈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보유하는 자회사의 주식 합계액이 자산 총액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된다면 자(손자)회사 주식 의무보유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40%) 규정을 따라야 한다.
다른 계열사는 몰라도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늘리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에 불과하다. 이를 30%까지 늘리려면 7일 종가 기준 8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의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000억원대에 불과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현재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지주비율을 따질때 삼성전자의 주식 합계액은 계산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상장 자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자회사 기준이 유권해석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자회사로 볼 여지가 있다. 삼성생명과 이재용 부회장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거느리고 있고, 또 이 부회장이 삼성을 지배하는 창구로 삼고 있는 회사가 삼성물산이다. 이를 볼 때 삼성전자의 자회사 편입은 언제든 이뤄질 수 있는 일이란 게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엇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보험과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도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가야 할 대상이 바로 삼성물산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 강화 방향성을 가진 지배구조 재편 측면에서 봤을 때 삼성물산이 나서는 게 가장 합리적 방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보험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험사의 그룹 계열사 지분을 3%로 제한하는 삼성생명법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이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4%대로 줄고 지주사 이슈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삼바 팔고 삼전 살까' 주가에 걸린 명운
지주사 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해법을 꺼내들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를 위해 활용 가능한 가장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지분을 전량매각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시장에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건 삼성전자다. 삼성물산은 이 경우 지주사 전환을 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분 인수 부담을 대거 줄일 수 있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보다 크게 오르고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가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는 7일 종가기준 23조원이다. 보통주 1주당 주가가 110만원 이상으로 올라서면 매각예정가는 47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이 지분을 매입할 경우 그룹간 연결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74.37%를 보유 중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치고 미국 합작 파트너 바이오젠이 보유한 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전량 매입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자회사로 뒀다. 바이오젠과의 소송문제를 털어내고 바이오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란 게 사측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삼성의 지배구조 재정비를 위한 정지작업이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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