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세대·출신·직급’ 갈등 뇌관 터졌나 8월 부서장 인사뒤 내홍…'해묵은 문제 표면화됐다' 지적도 제기
고설봉 기자공개 2022-09-15 08:18:29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부서장 수시인사 뒤 촉발된 갈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조직 내 소규모 커뮤니티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다양한 말들이 오간다. 인사 원칙과 제도가 무너졌다는 부정평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인적쇄신과 맞물려 세대교체가 단행됐다는 긍정평가도 나온다.엇갈린 평가는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발단은 인사지만 기저에 세대와 출신, 직급 등 그동안 누적돼 있던 다양한 요소들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조직쇄신을 기치로 뇌관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수시인사 후 발생한 갈등의 첫번째 양상은 세대간 대립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 원장이 젊은 세대를 발탁하며 1960년대 생과 1970년대 생간 갈등이 표면화 했다. 여기에 젊은 MZ세대들이 가세하면서 세대갈등이 표면화했다.
사실상 진급이 누락된 1968~69년생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인사 원칙과 제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희생양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금감원은 대부분 연공서열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2~3년 터울을 두고 실국장들이 교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1970년대생과 그 이후 출생의 MZ세대 직원들은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적쇄신으로 나이보단 직무 전문성과 실력에 맞춰 인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열심히 일 하면 일찍 실국장에 발탁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1968~69년생 부국장 가운데 승진이 누락된 직원들이 있는데, 이 세대를 건너뛰면서 1970년대생으로 부서장이 대체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기회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갈등의 또 다른 양상은 출신이다. 금감원은 1999년 1월 설립됐다. 당시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던 감독 기능을 통합해 출범했다. 그만큼 초기 금감원의 인적 구성은 다양했다. 설립 때 금감원에 합류한 직원들을 금감원 내부에선 이전기관 출신, 기존권역 등으로 부른다.
그동안 금감원 실국장 및 임원 인사에선 기존권역 출신들이 승승장구했다. 조직의 기틀을 다지고 성장을 함께한 만큼 승진도 빨랐다. 또 연공서열에 따라 인사제도가 운영된 만큼 기존권역 출신 직원들은 근속 연수와 나이 등에서 공채에 비해 앞선 것이 당연했다.
문제는 지난해 인사부터 공채 1기 출신들이 실국장으로 발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0년 공채를 시작한 금감원은 올해를 기점으로 공채 1~3기들이 모두 근속 연수 20년을 넘어섰다. 근속 연수가 채워진 만큼 실국장 승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기존권역의 부국장과 공채 1~3기 등이 실국장을 놓고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공채 팀장(2S)들을 대거 실국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기존권역 부국장들 가운데 승진하지 못한 직원들이 있는데, 공채 팀장들이 2개 직급을 뛰어 넘어 승진하면서 출신에 따른 갈등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 기존권역 팀장(2S}들의 위기감도 커진 상황이다. 이들의 경우 부국장 승진을 놓고 공채들과 경쟁하는 사이다. 다만 기존권역 팀장들은 출신에 따라 갈수 있는 자리가 제한적이라 공채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이에 따른 불만이 거세질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권역 출신들 가운데 2S 팀장들은 위기감이 더 크다”며 “어디든 갈 수 있는 공채에 비해 갈수 있는 자리도 제한적이어서 ‘과연 내가 승진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출신 기관에 따라 기존권역 직원들이 부서장 나눠갖기를 해왔던 측면이 있는데, 이번 인사로 그 부분이 많이 해소됐다”며 “이번에 부서장으로 발탁된 공채들은 입사 초기부터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양상 가운데 가장 잡음이 큰 것은 직급이다. 이번 인사에선 부국장, 팀장(2S)이 직접 경쟁해 실국장으로 승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동안 팀장(2S)에서 부국장을 거쳐 실국장으로 승진하던 인사체계가 뒤틀리면서 또다른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에 인사에선 실국장 승진자 19명 가운데 6명이 팀장(2S)에서 2개 직급을 건너뛰어 실국장으로 승진했다. 대상자 전원이 공채인 점도 문제지만 이들이 같은 공채 출신은 물론 기존권역 부국장들을 추월해 실국장이 되면서 뒷말이 많다.
금감원 부국장 30명 가운데 14명이 실국장으로 승진하고 16명은 누락됐다. 승진하지 못한 부국장 대부분은 기존권역 출신이다. 또 공채 출신 3명의 부국장도 이번에 실국장을 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부국장들과 신임 실국장들 사이 미묘한 감정 싸움이 불거졌다.
또 공채간 갈등도 생겨났다. 올해 초 공채 가운데 팀장(2S)에서 부국장으로 승진한 직원들이 이번 수시인사에서 실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서다. 이들 입장에선 연초에 승진하지 않았다면 이번 인사에서 실국장으로 곧바로 승진할 수 있었단 아쉬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직급간 갈등은 향후 금감원의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통상 실국장 아래 부국장이 부서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실국장 승진이 누락된 부국장들의 힘이 빠지면서 업무 전반에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력은 있더라도 순서를 뛰어 넘는다는게 쇄신과 혁신 인사라고 할 수 있지만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옳은가라는 물음표를 남겼다”며 “조직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활력이 사라지면서 굉장히 불안정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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