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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KB국민은행, 3개년 로드맵 수립…'대어 잡는다'⑦후발주자 국민은행의 끈기 ‘두드리면 열린다’…커지는 존재감에 '주목'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26 07:20:38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2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은 타행을 선도하는 우량 은행이지만 기관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위치한다. 기관사업만큼은 100년 역사를 지닌 오래된 은행들에게 유리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후발은 앞으로의 확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리딩뱅크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은 꾸준함으로 승부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관 협약을 체결한 곳이 300개에 이른다. 올해는 국민은행이 달성해야 할 3개년 로드맵을 설정했다. 최종 목표는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각각 분야의 대어급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다.

◇기관핫라인 구축, 은행권 유일...영향력 확대 "때가 됐다"

지난 4월 서울시금고 입찰전에서 신한은행 다음 순위에 올랐던 곳은 다름 아닌 국민은행이었다. 당초 서울시금고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싸움으로 예상된 전쟁이었다. 최종 승자는 아니었기에 국민은행의 선전이 세상에 알려지진 못했지만 업계는 국민은행의 커지는 존재감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리테일 강자로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의 압도적 고객 규모는 그동안 은행업계 우월한 입지의 배경이 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 규제 등 정책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이는 비단 국민은행의 일만이 아니다. 기관영업은 기관 유치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부수적인 임직원 거래 등으로 리테일 등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국민은행의 강한 리테일을 더 강하게 만드는 활로가 기관영업인 셈이다.

아무래도 기관영업은 후발주자가 급격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 금고나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입찰은 계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진행되는데 정성평가 부분에서는 기존 주거래은행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이미 진입한 쪽이 해당 지자체 여러 협력 사업 등에 많은 투자를 하기도 했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기관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을 짰고 본격적인 영업력 확대에 앞서 우선 시스템을 정비했다. 작년 대법원 행정체에서 시스템을 선보여 금고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 독점인 법원 공탁금 은행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했다. 거액의 투자금이 집행됐지만 이는 든든한 무기가 됐다. 당장 올해 인천, 수원지방법원 등을 공략할 예정이다.

기관영업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 내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관 핫라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관영업 지원 시스템을 갖춘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영업점에서 기관 관련 정보가 뜨면 핫라인에 바로 등록해 기관 담당자에게 즉각 전달토록 한 시스템이다. 작년 4월 오픈하고 1년 6개월가량 운영 중인데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국민은행이 사세를 확장하기에 때마침 시기도 좋다. 6·1 지방선거로 지자체장들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영업 대상 기관들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은행들이 물꼬를 트기 좋은 타이밍이다. 지방 기관사업을 새롭게 유치하기도 좋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우체국 금융 허브’ 시대가 임박했다는 점에서다. 올 4분기 전국에 깔려있는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농협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이 격지에 네트워크가 없다는 단점을 지우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실행한 사업들이 쌓인 것도 있고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후발은행이 이를 넘어서는 게 쉽진 않다”며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런 프레임을 깨기 위해 전략과 시스템을 정비했고 입지를 확장할 수 있는 시기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광역시급 금고 유치 목표..."초우량기관 주거래은행 될때까지 달린다"

국민은행이 기관사업 협약을 체결한 곳이 295개나 된다. 이 가운데 올해 거둔 성과들이 상당하다. 기관영업 대어로 꼽히는 경찰청 대출(무궁화대출) 사업권 재유치를 이뤄냈다. 2017년 8월에 시작해 올 7월 말이 만기였는데 그동안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업셀링 활동 덕분에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이 밖에 건강보험공단 대출(메디컬론) 사업권 재유치도 성공했다. 강북삼성병원을 비롯해 상급 종합병원 순위로 5~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주거래은행도 수성해냈다.

신규 유치 건수도 많다. 지난 8월 한국교직원공제회 주거래은행에 선정된 게 대표적 성과다. 국민은행의 내부통제·보안체계를 적용한 통합자금관리시스템으로 한국교직원공제회 회원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수납·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받았다. 제천 세명대학교 주거래은행도 새로 따냈다. 대학교가 기관시장 매물에 나오는 일이 흔치 않은 가운데 국민은행이 당당하게 자리를 꿰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점포망이 제일 많은 은행이다보니 정보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짜서 은행 수익성에 보탬이 되는 기관들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3개년 로드맵을 설정했다. 중장기적 시각에 입각해 앞으로 목표로 삼아야할 기관들을 정리했다. 당장 입찰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이들을 관리 중이다.

특히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이 있다.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각 부문의 대어를 낚는 것이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에서 ‘광역시급’의 시 금고지기가 되고자 한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초우량 공공기관을 유치하려 한다. 상급 종합대학, 상급 종합병원 역시 국민은행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다. 리딩뱅크에 걸맞는 포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관시장에 기관 수는 정해져 있다”며 “기업처럼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해서 생성되는 게 아닌, 매우 한정된 시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공간에서 은행들끼리 경쟁하는 구조인 만큼 잘 눈에 띄지 않는 단체나 협회 등 풀을 발굴해보고 싶다”며 “규모가 작은 곳에도 열성을 다하지만 기관영업 각 부문의 대형 사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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