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플레이 정책 방향]디스플레이 인재 이탈 '비상'…반도체·2차전지로③"사양산업 이미지, 인기시들"…산업부 '디스플레이 발전 전략' 마련 시급
손현지 기자공개 2022-10-06 11:24:25
[편집자주]
K-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좌우할 키는 정부의 지원 여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정부에 반도체, 배터리, 백신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분야에 전방위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2개의 법안 개정을 통한 시설투자와 세금감면 수혜를 꾀하고 있다. 이들 요구의 타당성과 법안 개정 가능성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업계 우수인력들의 '자발적 퇴사'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LG디스플레이 등 인력 감소세가 역대급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특이한 건 과거처럼 중국 등 해외쪽으로의 이적이 아닌, 반도체나 2차전지 등 타 산업으로의 이동하는 형태의 '국내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MZ, 자발적 이동 택한 3가지 이유
회사차원의 디스플레이 감원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2018~2019년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적이 있다. 그룹 실적 기여도가 낮아지고 그룹 내 위상 또한 축소되자 긴축경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생산설비 기술 고도화, 자동화로 10년전 노후된 생산라인에 비해 더 적은 인력운영이 가능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디스플레이 업종 인기는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회사의 권유가 있기도 전에 '자발적 퇴사'에 따라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있다. 통계청, 산업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생산·R&D 인력규모는 10년전 9만명대에서 작년 5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일까.
여러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총 3가지 배경을 꼽을 수 있다. 빈약한 정부정책, 그룹내 위상 약화, 중국 이동 규제 등이다.
자발적 퇴사자들의 거취를 따라가보면, 대부분 반도체와 2차전지는 정부의 지원이 몰리는 산업군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특별법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작년부터 K반도체 전략, 2차전지 전략 등이 공표되며 산업에 힘이 실렸다.
반대로 디스플레이 정부정책은 지연되고 있다. 하물며 조선 전략까지 나온 마당에 인력육성 정책, 투자유인책을 담은 'K-디스플레이 전략' 방안 수립은 산업통상자원부 내부 잡음이 지속되면서 계류 중이다.
디스플레이에 '사양 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생긴 이유다. 한국은 17년간 이어온 디스플레이 점유율 패권을 작년부턴 중국에 넘겨줬다. 이대로라면 새롭게 승부수를 띄운 OLED 초격차 확보 전략도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에 못당해낼 것 이란 관측이다.
◇정부가 밀어주는 CSOT, 삼성·LG는 위상 약화
그룹 내 위상이 약해진 점도 한 몫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삼성과 LG전자가 지분을 보유해 계열사 체제로 운영된다. 투자 전결권은 그룹의 몫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투자유인은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다. 사기업인 삼성과 LG입장에서도 실적성과가 미미한 계열사에 마냥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만은 없다.
반면 중국의 대표적인 TV 디스플레이 패널사인 CSOT의 경우 광둥성 선전시 지방 정부가 지분 45%를 출자한 기업이다. CSOT가 8.6세대 LCD 공장 설비투자를 단행할 때 정부는 총 787억5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CSOT 부담액은 전체의 27.5%에 불과했다.
대주주인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지니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신형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과 산업발전을 위한 지원방안' 등 여러 정책방안을 기반으로 은행 대출 정책 등도 손봤다. 그 결과 중국 패널 기업들은 적은 투자비용으로 설비확장이 가능하다.
전자산업 인적개발위원회는 "기업들이 투자 자체에 대한 계획을 접을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당근책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신규사업 규제완화와 세제감면 확대, 우수인력의 디스플레이 산업 유입을 위한 투자와 임금보전 등의 지원정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과 LG의 철저한 인력관리의 결과 중국향 인력이탈은 줄어드는 추세다. 얼마전 만난 디스플레이협회 한 연구원은 "BOE나 CSOT 등 중국 메이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주요 간부들은 삼성이나 LG 출신 개발자들이 대다수"라며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그들은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이름을 바꾼다"며 "이를 테면 마틴 킴…이런 식인데, 삼성과 LG 입장에서 인력유출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엔지니어들의 변심을 막기 위해 취업규칙이나 연봉계약서 등에 '1~2년간 동종 업계로 이직하지 않는다' 등 간접적 조항을 삽입하는 정도로 인력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해외로 이동하기 어려워진 엔지니어들은 결국 국내 반도체, 2차전지 등 유망산업군을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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