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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속 기업들]롯데정밀화학, 그룹 수소사업 '핵심'으로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추진, 올초 연구개발 TF 구성

유수진 기자공개 2022-10-11 07:46:44

[편집자주]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를 풀어 '혁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더벨은 최근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샌드박스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된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정밀화학은 동북아시아 1위(취급량 기준) 암모니아 유통사다.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울산에 세계 최대규모의 파일럿 설비를 지어 수소 추출 시스템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 수소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날 지 주목된다. 롯데정밀화학의 최대주주이자 화학HQ를 이끄는 롯데케미칼은 올 초 신사업 중 하나로 수소를 낙점하고 적극 키우고 있는 중이다. 최근 롯데정밀화학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양사간 시너지 극대화가 점쳐진다.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로 청정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설비 구축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 문을 두드렸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법·제도 정비에 앞서 지름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에선 이미 본격화된 사업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현행법상 국내에선 해당 설비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추출설비는 제조허가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수소용품'이다. 하지만 여기엔 허점이 있다.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설비는 안전·기술 기준이 없어 허가와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준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도를 뺄 수 없다는 얘기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 추출 과정.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최근 규제특례를 승인받으며 길이 열렸다. 롯데정밀화학은 울산사업장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0N㎥/h급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설비는 암모니아(NH3)를 수소(H2)와 질소(N2)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만 남긴다.

앞서 롯데정밀화학은 올 4월 연구개발부문 내에 암모니아수소 개발TF를 새로 꾸리는 등 사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연구개발조직 전체의 인원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개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암모니아 분해 수소 기술 확보와 연관사업 발굴, 실증 파일롯 구축·검증 등이다.

회사 측은 이번 기회에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2025년 이후 국산 설비 상용화를 추진, 향후에도 청정 암모니아·수소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암모니아는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 밀도가 높고 비교적 고온에서 액체상태(액화)로 만들 수 있어 저장·운송이 수월하다는 특징이 있다. 운송비 절감으로 수소가격 인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수소를 대용량으로 생산·저장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승인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관계부처에서 제시한 실증 안전 기준 마련, 자체 안전성 평가 등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에 집중하게 된 이유와 결이 맞는다. 그린수소 암모니아 사업 체계로 전환하려는 롯데정밀화학의 노력은 물론, '2030 탄소감축 성장'과 '2050 넷제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롯데 화학HQ의 로드맵에도 부합한다.

앞서 롯데 화학HQ 대표격인 롯데케미칼은 올초 석유화학 산업의 경영환경 변화와 ESG강화 분위기를 고려해 수소와 배터리, 리사이클을 세 축으로 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수소에너지 분야는 해외 암모니아 확보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 혼소발전을 중심으로 2030년 120만톤의 청정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수소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먼저 거론된 곳이 롯데정밀화학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지속적으로 롯데정밀화학 지분을 사들이고 있기도 하다. 9월 초 기준 지분 43.5%를 보유 중이다. 작년 말 32.2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1%포인트(p)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을 종속회사로(연결) 편입하거나 아예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양사가 지배구조와 사업적으로 이전보다 끈끈한 관계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다만 회사 측은 "책임경영 강화 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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