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07:5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국IR협의회가 ‘2022년 한국IR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기업부문 대상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기, 코스닥시장에선 CJ프레시웨이가 각각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현대자동차(유가)와 아프리카TV(코스닥)에게 돌아갔다.기업에겐 무게감이 작지 않은 상이다. 한국거래소 산하기관(한국IR협의회) 주최 행사인데다 대상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수장(금융위원장)이 직접 수여한다. 내로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시상을 위한 자료제출을 마다하지 않고, 또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길 원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IR)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에 대한 보람도 클 것이다.
문득 역대 수상 기업들이 궁금해졌다. 10년 치를 뒤져보다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한 번도 수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레벨이 낮은 우수상과 우수기업 리스트에도 없었다.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 기업IR활동을 취재하며 감탄했던 곳이 삼성전자였다.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클래스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국IR협회는 IR활동에 대한 모범규준을 크게 5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신뢰성과 △공정성 △명확성 △적시성 △법규준수 등이다.
이중 기업별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 △공정성과 △적시성이다. 공정성은 IR정보를 동일한 시점에 모든 투자관계자에게 제공하는지를 따진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회를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한다. 주주가 아니어도 누구나 청취할 수 있다. 사후 자료 제공도 풀서비스다. 생중계 내용을 녹화해 그대로 문서파일과 함께 제공한다. 역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주라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을 경험하면 얼마나 차이큰지 실감한다. 주요 기관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만 IR을 진행하는 대기업이 수두룩하다. IR을 공개하지 않아 언제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기업도 많다.
적시성은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적극적으로 공개하는지를 따진다. 삼성전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내용도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2019년 3월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같은 해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분기(2019년 1분기)가 다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5월 중순에야 1분기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대응이 얼마나 빨랐는지 가늠할 수 있다.
어쩌면 이 같은 클래스를 보여주는 것이 삼성전자의 위상과 어울린다. 글로벌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1위 기업 아닌가. 시가총액이 300조원 넘고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50%내외에 이른다.
IR전문가도 인정한다. 최근 이번 IR대상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를 만났는데 “삼성전자는 국내외 IR모범규준 측면에서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을 기하고 있다. 글로벌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잘하는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수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주고 싶어도 못주는 것이라고 한다. IR대상은 1차적으로 후보군을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다. 이후엔 개별기업에 대한 실사와 자료협조 요청이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매년 후보군에 들지만 실사와 자료협조 요청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IR임원만 4명, 전체 IR인력은 20여명이 넘는 국내 최대조직을 꾸리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고사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결론은, 삼성전자는 잿밥에 관심이 없다. 묵묵히 IR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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