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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커머스 난제 '돌파구' 뚫는다 '글로벌 리테일테크' 英 오카도와 파트너십, '롯데온과 별개' 신규 그로서리 플랫폼 구축

이효범 기자공개 2022-11-03 08:07:1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2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이 그룹 내 이커머스사업을 키우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해외 그로서리(신선식품) 시장에서 성공 노하우를 갖춘 영국 오카도(Ocado)와 맞손을 잡은 게 첫걸음이다. 향후 8년간 9500억원을 투입해 10년 뒤에는 매출 5조원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그로서리 이커머스로 두각을 나타낸 컬리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년내 이보다 큰 그로서리 플랫폼을 만든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적자를 내는 이커머스 사업에 반감이 컸다. 내부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키우기 어려운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번 협업으로 김 부회장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추진하는 그로서리 이커머스 사업은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 플랫폼과 별개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추진될 전망이다.

◇'135조 그로서리' 공략 신호탄, 오카도 성공 DNA 이식

롯데쇼핑은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e-Grocery)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지난 1일 체결했다. 오카도는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3인이 설립한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다.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21년 기준 연간 매출액은 24억 9900만 파운드(약 4조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그로서리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기업과의 제휴나 M&A(인수합병) 등을 모색했다. 그 중 하나가 오카도와 협업이었다.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시장에서는 비관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롯데쇼핑은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사업으로 옴니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만큼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더욱이 롯데는 특유의 정서상 쿠팡과 같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는 이커머스 사업을 꺼려왔다. 온라인 채널만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해야 하는 쿠팡과 달리 롯데쇼핑는 이미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쿠팡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할 경우 오프라인 사업과의 이해상충이 불가피했다.

이처럼 제한된 상황 속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목한 곳이 그로서리 시장이다.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신선식품을 유통하는 오프라인 채널로 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 등을 합해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그로서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경쟁력이었다.

또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매년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약 135조원에 달한다.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구매의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그로서리 이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오카도의 성공 DNA를 롯데쇼핑에 이식하기 위한 계약이다. 영국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성공한 오카도의 핵심 비결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Ocado Smart Platform)’이다. OSP는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이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역시 오카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의 DNA를 이식한 그로서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약 9500억원의 자금을 댄다. 이 자금은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으로 사용된다. 오카도는 CFC 내 자동화 풀필먼트를 위한 로봇, 그리드 등의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유지 보수도 지속적으로 담당한다. 우리나라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특성에 맞춰, 추가 기술 개발을 통해 OSP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CFC 설립 계획은 상당히 구체화 됐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CFC 6개를 설립한다. 첫번째 CFC를 2025년에 오픈한다는 계획인데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부지를 후보지로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쇼핑 측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한단계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계획"이라며 "그로서리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군으로 시장 선점은 곧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와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오카도 그룹 대표이사 팀 스타이너(Tim Steiner)

◇유통군HQ 첫 결실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도약"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롯데 유통군HQ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유통군 HQ장인 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오카도와의 협상에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파트너십 체결이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다. 과거 BU체제와 달리 HQ체제로 전환한 이후 HQ장인 김 부회장에게 적잖은 권한이 부여된 것도 주효했다. 신 회장 역시 오카도와의 협업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발탁된 인사다. 그룹 내에서 외부에서 부회장으로 영입된 첫 사례다. 그는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오카도와의 협업은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김 부회장의 승부수다. 그동안 롯데에게 이커머스 사업은 '난제'였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성장한 상당수 이커머스 기업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롯데 한 고위 임원은 "내부에서는 이커머스 만큼 어려운 사업이 없다고 할 정도"라며 "이 방향이 맞는지 저 방향이 맞는지 해답을 찾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오카도와 협업해 만들 그로서리 이커머스 플랫폼을 롯데온과 별개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롯데온과 같이 롯데쇼핑 내부의 사업부로 둘지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될지는 향후 오카도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오카도와 파트너십 체결에 대해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인 오카도와 손잡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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