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장 교체 1년]'진퉁·짝퉁' 논쟁만 벌이다 임대주택 공급 '파행'②1년 만에 6000여호 '구멍', 서울시 목표치 달성률 '2.7%' 불과
신준혁 기자공개 2022-11-14 13:00:40
[편집자주]
선임 과정부터 말 많았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임기의 3분의 1밖에 안 채웠지만 과거 어떤 사장보다 시끌시끌한 1년을 보냈다. 물론 성과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SH의 중장기적 경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들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임 사장 체제 속에서 1년을 보낸 SH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1: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매입임대주택사업은 김헌동 사장 취임 1년 만에 멈춰섰다. 임대형과 토지임대부 주택사업에 집중한 영향이 컸다. 김 사장은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매입임대주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시가 매입임대주택을 두고 SH와 엇박자를 낸 탓에 정치권의 질타도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H와 협조하겠다며 잔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임대물량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내년부터 시 주거안정정책에 적신호가 예상된다.
◇'짝퉁' 임대아파트? 서울시 주거안정정책 '흐릿'
매입임대주택은 개발부지가 한정적인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사실상 유일한 주거대책이다. SH가 국고보조금과 시 출자금, 자체자금을 투입해 다세대·다가구 등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5년간 SH 매입임대주택 실적은 △2017년 2262호 △2018년 2500호 △2019년 4412호 △2020년 7200호 등으로 대부분 목표치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4500가구를 매입해 목표인 7500호 중 절반 이상을 충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김 사장이 취임한 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둔화되면서 공급물량 자체가 대폭 줄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SH로부터 제출받은 '매입형 임대주택 연도별 매입실적'에 따르면 SH는 지난달 기준 169가구를 사들였다. 유형별 매입실적은 △일반 81가구 △원룸 35가구 △신혼부부 34가구 △공공전세 19가구다.
매입임대주택 공고는 1월과 4월, 7월 10월 이뤄지는데 김 사장이 취임한 다음해 4차례 공고에서 169가구를 모집한 셈이다. 올해 매입목표인 6150가구 대비 2.7% 수준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취임 후 건설형과 분양형 임대주택을 '짝퉁'으로 구분 짓고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주장하는 '진짜' 임대주택은 건설·분양형이 아닌 임차형과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토지임대부는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조건이 붙는 임대방식이다. SH는 고덕강일 등 서울 도시개발지구를 중심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사장은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매입임대주택을 줄이고 전세임대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매입임대주택은 지나치게 높은 매입가를 산정해 국고 손실이 크다는 분석이 깔렸다. 건설·분양형 임대주택의 경우 수분양자가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추진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SH가 토지앰대부 주택에 집착한 탓에 그간 추진했던 사업이 중단됐고 정상적인 임대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SH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졌다고 반박했다. 신축 빌라 매입 단가가 2년 새 크게 오르면서 재정 부담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매입가 상한선을 정한 가이드라인 때문에 매도물량이 나오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2.7%에 그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설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2.2에서 소폭 올랐지만 지난달 102.5까지 내려앉았다.
SH는 입장을 묻는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3월과 4월 보도자료를 내고 "단순히 낮은 임대료와 20년 이상의 임대기간이 보장되는 임대주택은 '진짜 임대주택'이고 소득과 계층별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행복주택과 매입임대 등은 '가짜 임대주택'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실련의 지적에 반박했다.
◇국감서 질타, 깊어진 오세훈 고민
SH 매입임대주택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시 주거정책과 추진 주체인 SH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시는 매년 매입임대주택 5000호와 정비사업 공공기여분을 통한 임대주택 3000호 등 8000여호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해에만 7000여 가구의 메입임대주택 공급 미달분이 발생해 공공임대사업 자체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오 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오 시장이 김 사장에게 주거대책을 위임했지만 SH가 시 정책을 뒷받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 시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SH의 매입임대주택 정책에 대해 "김 사장은 매입임대주택을 줄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취임 후 생각이 많이 바꼈다고 말했다"며 "시와 정책을 조율해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는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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