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장 교체 1년]'분양원가·자산 공개' 투명성 높였지만 재무성과 '아직'③임대적자 폭 증가, 신사업 부재 '우려'
신준혁 기자공개 2022-11-15 07:18:31
[편집자주]
선임 과정부터 말 많았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임기의 3분의 1밖에 안 채웠지만 과거 어떤 사장보다 시끌시끌한 1년을 보냈다. 물론 성과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SH의 중장기적 경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들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임 사장 체제 속에서 1년을 보낸 SH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이 취임 후 1년간 주력했던 건 분양원가와 자산내역 공개를 통한 경영 투명성 개선이다. 취임 당시까지만해도 김 사장이 시민단체 출신으로서 SH의 경영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하지만 정작 SH의 본질인 택지조성이나 주택건설, 매입임대 등 수익사업 부문에서는 부족한 상태란 평가가 나온다. 취임 1년 만에 수익성 하락과 임대사업 적자, 부채비율 상승 등 제대로 된 재무성과는 아직이다.
◇김헌동 사장, 수익사업보다 원가·자산 공개 '총력'
김 사장은 취임 한달 만에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 71개 항목을 전부 공개했다. SH가 짓는 주택 분양원가와 원가 산정기준인 택지조성원가, 공사 보유자산을 함께 공개했다. 분양가격에서 조성·건설·분양원가를 뺀 분양수익과 수익률도 공시했다.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하는 케이스는 서울시와 SH가 처음이다.
올해 들어선 오금·항동지구 4개 단지와 세곡2지구 5개 단지, 내곡지구 6개 단지, 마곡지구 13개 단지 분양원가를 연이어 공개했다. 상반기에는 지난 10년간 지은 아파트 28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고 하반기 준공과 정산을 앞둔 5개 단지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김 사장은 "SH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설공기업으로서 열린경영과 투명경영을 실현할 것"이라며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원가와 자산내역 공개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재무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신사업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사장이 분양원가와 자산공개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이 S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H 임대사업 적자는 2020년 4316억원으로 4000억원대로 올라선 후 지난해 4644억원로 증가했다. 2019년 이전 3500억원대 임대적자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1000억원 이상 적자폭이 커진 셈이다.
SH는 연간 1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양사업 수익을 유지하려면 연간 2조원 이상의 택지·주택 매각 작업이 필요한데 서울시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SH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한 영향으로 임대적자폭이 커졌다"며 "주택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비도 적자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재무지원 외 수익모델 한계
SH는 도시개발지구에서 분양사업을 벌이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 매출은 2019년말 1조3574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2조492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28억원에서 1590억원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수익성은 올해 들어 급감했다. 2분기말 기준 매출은 5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에 불과하다. 그간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에서 거둔 수익구조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부채규모는 2분기말 기준 18조8837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소폭 늘었다. 자본금 9조6693억원 대비 부채비율은 195.3%으로 1년 만에 3.1%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 규모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차입금은 △2019년 4조9258억원 △2020년 5조418억원 △2021년 4조8856억원 △2022년 6월 5조8744억원으로 집계됐다.
SH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수익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로부터 지급보증과 유상증자, 보조금, 장기대부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의 재무지원을 기대한다는 후문이다.
SH는 서울시가 100% 자본금을 출자해 설립한 공사다. 공사는 공단과 달리 자체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시장 관계자는 "서울시내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SH는 수익성을 개선할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이라며 "분양원가와 자산공개는 경영 투명성을 일부 개선할 수 있을지라도 그것이 사업의 본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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