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1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은 국내 건설사들에게 흑역사로 기록돼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조 단위의 손실을 냈고 중동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온 건설사들 대부분이 어닝쇼크를 냈다. 굴지의 건설사들 주가가 일제히 반토막났다. 시장의 충격은 그 뒤로도 꽤 길게 이어졌다.중동에서의 저가 수주 탓이었다. 중동 각지의 플랜트와 신도시 주택단지, 인프라 토목공사에서 나오는 오일머니를 놓고 유럽과 일본 유수의 건설사들과 경쟁을 해야했다. 기술력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내 건설사들끼리도 가격 경쟁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주 단가는 한없이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가 수주의 비극’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사업 구조였다.
요즘 또다시 국내 건설업계를 들뜨게 하는 이벤트가 생겼다.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소 700조를 들여 건설하겠다는 ‘네옴시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가수주 쇼크 당시 국내 건설사들에게 가장 큰 손실을 안겨줬던 국가다.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우리에게 공사를 맡기고 싶다고 한다.
물론 아직 전체 프로젝트 중 대부분의 공사에 대해 수주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프로젝트 시행 주체인 ‘네옴 컴퍼니’ 관계자 상당수가 한국 건설사를 내심 선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양국 간 당국자 차원의 스킨십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 수장인 빈살만 왕세자는 며칠 뒤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의 왕세자 빈살만이 또 다시 ‘K-건설’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뭘까.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들이 보여준 책임감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2010년대 중반 당시 저가 수주 탓에 막대한 어닝쇼크를 내고 회사가 휘청이는 고통 속에서도 맡은 공사를 끝까지 마치고 철수했던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긍정적 기억이 현지 당국자들에게 강하게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임원급 관계자는 “당시 중동에 들어왔던 유럽과 일본의 건설사들은 손실이 나면서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한 곳들이 많고 이후 회사와 국가 간 국제소송으로도 이어지면서 불편한 관계가 된 곳들이 상당수”라며 “여기에 비하면 국내 건설사들은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 변수가 생겨도 공사만큼은 끝까지 수행하는 기업문화도 중동 발주자들로서는 큰 매력요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여 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그 대가로 한국 건설사들에겐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낸다’는 신뢰를 중동 국가에 심어줬다.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원희룡 장관은 사우디 출국 전 참석한 행사에서 “저가 수주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사업비 총액은 2010년대 중동 저가수주 당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한국 건설사들은 충분한 중동 공사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발주처의 깊은 신뢰도 쌓여있다. 제2의 중동 붐이 실현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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