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모리 경쟁력 점검]삼성·하이닉스 '우군' 반도체 장비 생태계도 커져야⑤반도체 생산능력 최강이지만 제조 장비는 주로 수입…자립도 높여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3-01-03 13:17:56
[편집자주]
올해는 삼성전자가 1992년 최초로 D램 세계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뒤 딱 30주년이 된 해다. 30년 동안 삼성전자는 1등 자리를 내준 적이 없고 SK하이닉스가 성장하면서 한국은 '메모리 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산업 환경은 과거 30년과 완전히 다르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 정부가 자국 메모리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쟁점과 현주소, 경쟁력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30일 10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칩 생산에 꼭 필요한 장비 생태계는 함께 발전하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국들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회사를 배출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들로부터 장비를 조달하지 않으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실정이다.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나 생산능력 면에서 최강국 위치에 섰음에도 생산 장비 분야가 취약한 건 뼈아픈 일이다. 지금이라도 국내 장비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공정·생산능력 최고지만…높은 장비 대외의존도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공정을 비롯해 수백개의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반도체 장비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을 배출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만큼 규모있는 글로벌 장비사를 만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장비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는 미국(26.9%), 네덜란드(26.3%), 일본(24.3%)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일부 첨단장비의 특정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 한 예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경우 네덜란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이온주입기(순수한 실리콘 웨이퍼에 이온을 주입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84%에 달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게 생태계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 협력사인 원익IPS다. 삼성전자에 전공정 증착장비, 몰딩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한 분기당 벌어들이는 돈이 6조원이 넘는 데 반해 원익IPS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미국 램리서치, KLA,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 등과 견줄만한 규모의 기업이 국내에는 없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부장 자립도를 높이는 게 국가적 과제가 됐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소한 10년간은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 고위임원 출신 한 인사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다 하는) 한국이 12인치(300㎜) 웨이퍼를 가장 많이 쓴다"며 "그만큼 소부장도 제일 많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대부분 외국에서 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하고 소통하면서 좋은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인데도 지금까지 장비 생태계가 발전하지 못했다"며 "(반도체 장비사들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과 경쟁해서 이겨보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인재 양성,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지원, 기술 투자 등을 핵심으로 한 촘촘한 정책적 지원이 세워지고, 끊임없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안 되면 성장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R&D에 재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비 기업 간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울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활성화, 첨단장비 개발을 위한 R&D센터 건립 등을 대책으로 제시한다.
KITA도 "핵심 반도체 장비와 소재 수급의 안정성을 다져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주요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장비·소재의 자립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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