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리더십 해부]에스티팜·네이처셀·바이오니아, 3년간 임원이탈 '제로'⑤상위 25개사 중 88% C레벨 교체, 씨젠·차바이오텍 변화폭 '부각'
심아란 기자공개 2022-11-28 08:49:51
[편집자주]
제약바이오기업의 리더는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독보적인 기술을 고안하고 함께 연구개발할 사람을 모으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일까지 모두 리더 역량에 달려있다. 팬데믹이 지나가고 바이오 투자 열기가 가라앉은 현 시점에도 여전히 높은 밸류를 유지하는 회사는 있다. 더벨은 코스닥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리더의 역량을 정량화된 지표를 통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 인력인 임원의 장기근속 여부는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신약 연구개발 등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사업특성상 인적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연구를 이끄는 리더가 임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장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반면 인력 이탈이 잦은 기업에 대해선 연구 과제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나온다. 자금운용 전략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연구개발(R&D) 담당 인력들이 퇴사할 경우 사업 속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벨은 11월 1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시총 상위 25개사를 추려 최근 3년간 주요 임원진의 변화 여부를 살펴봤다. 법상 정해진 등기임원 임기가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준시점을 3년으로 설정했다. 임원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만 포함했다.
상위 업체들 가운데 에스티팜, 네이처셀, 바이오니아 세곳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주요 등기임원의 이탈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곳 중 미등기임원 명단은 에스티팜만 공개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3년 동안 미등기임원 구성에도 변화가 없는 상태다.
나머지 22곳의 기업에선 3년 사이 주요 임원의 이탈이 확인됐다. 특히 씨젠과 차바이오텍은 타사 대비 큰폭으로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다. 씨젠은 해당 기간 동안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판매하며 자산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업체다.
천종윤 대표는 경영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던 2020년 말부터 외부에서 임원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IR, M&A 등 전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기용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9월 말 기준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 등이 40명에 달해 상위사 가운데 재직 임원이 가장 많은 회사로 손꼽혔다.
임원진은 2020년 말 29명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지만 이탈임원도 많았다. 3년 사이 퇴임한 임원도 12명에 달한다. 다만 천 대표와 10년 넘게 근무하며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CFO 김정용 전무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과거 회계처리 이슈로 곤욕을 치르고 2019년을 전후로 대규모 임원진 교체를 단행했다. 그해 3월부터 CEO를 맡고 있는 오상훈 대표를 중심으로 사내이사진이 꾸려졌고 올해 9월 말까지 변화는 없었다. 다만 미등기임원 중에서는 14명이 퇴임해 상위 25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서는 최근 3년 사이 창업자 서정진 명예회장이 대표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특징이 있다. 서 명예회장의 빈자리는 각각 내부 출신 김형기 대표와 서 회장의 동생 서정수 대표가 맡았다.
같은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선 재무수장인 CFO 이한기 상무가 퇴임했다. 이 상무는 2011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입사한 이후 줄곧 재무담당 이사로 재직하고 2017년에는 IPO도 이끌었다. 그러나 이 상무는 금융당국이 2018년 4월부터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를 대상으로 감리를 펼치면서 분식회계 이슈 중심에 섰다.
올해 3월 금융당국은 '고의성이 없는 중과실'로 판단 내렸지만 이 상무 해임을 권고하면서 퇴사가 불가피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CFO 후임자를 당분간 선임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 이경범 재무 이사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핵심 임원이 이탈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올해 거래재개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새로운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신라젠은 대표는 물론 사내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반면 기존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코오롱티슈진에는 주요 임원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코오롱티슈진에선 CFO였던 김민석 이사가 퇴임하고 모회사 코오롱에 있던 김정인 이사가 공석을 채웠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3년 사이 한명 정도만 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곳은 설립부터 상장 이후까지 CFO가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기업공개를 마친 제약바이오 기업 57곳 가운데 상장 3년 이내에 CFO가 이탈한 곳은 12개사다. 업계는 CFO의 장기 근속은 기업가치를 따지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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