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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관전포인트]나영호 롯데온 대표, '거버넌스 통합' 어떤 결과 나올까할인점 등 비용 떠안아 영업적자 지속, 유연한 조직문화 '플랫폼 경쟁력' 강화

이효범 기자공개 2022-12-08 08:01:1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사진)는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달 중순으로 연기된 그룹 정기인사에서 거취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거론된다.

롯데쇼핑의 영업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섰지만 이커머스 사업부의 실적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이커머스 인력과 자산 등을 모두 이관받는 거버넌스 통합 작업이 영향을 미쳤다.

영업실적을 제외하면 그가 취임한 이후 단기간에 이끌어 낸 성과들도 적지 않다. 플랫폼으로서 롯데온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IT기업에 적합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도 그가 만들어 낸 성과다.

◇2021년 4월 취임, 2년 임기 중 실적부진 '아킬레스건'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72억원, 영업손실은 1323억원이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 할인점, 슈퍼, 이커머스사업부 가운데 영업손실을 낸 건 이커머스사업부가 유일하다.

3분기 실적만 놓고보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 폭이 줄었다. 그러나 올해 연간기준 영업손실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1082억원, 1558억원이다. 이커머스사업부가 창출한 매출액이 줄었지만 영업손실 폭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에서 근무하다 2021년 4월 롯데쇼핑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를 맡아 롯데온 성장과 정상화를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같은해 8월 이커머스사업부는 백화점, 할인점, 슈퍼사업부에 있던 이커머스 관련 인력과 자산 등을 모두 흡수하는 거버넌스 통합을 실시했다. 다른 사업부의 관련 인력과 자산을 이관받은데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다.


더욱이 롯데온에서 판매된 상품이라고 해도 모두 매출로 인식하지 않기로 했다. 예컨데 롯데온 내에서 롯데백화점 홈페이지에서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는 백화점사업부가 매출로 인식한다. 나 대표 취임 이후 사실상 오픈마켓 형태로 이커머스 사업 방향성을 새로 구축한 셈이다.

2021년까지 구조조정에 집중해왔던 롯데쇼핑은 올해 완만한 실적개선을 기대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백화점사업부는 2021년과 비슷한 성과를 내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또 할인점, 슈퍼사업부는 모두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커머스 거버넌스 통합은 백화점, 할인점, 슈퍼사업부가 관련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거버넌스 통합에 따라 이커머스사업부의 적자 폭은 커졌다. 2021년 3분기 영업손실은 약 463억원으로 나타났다. 거버넌스 통합을 기준으로 보면 손실 규모는 532억원으로 70억원가량 손실이 추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거버넌스 통합은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성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커머스사업부의 비용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나머지 사업부 역시 롯데온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온전히 인식하면서 롯데온이라는 플랫폼 자체를 키울 수 있는 유인책이었다.

이같은 효과는 여러 수치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각 사업부들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등을 포함한 총거래액(GMV)은 2021년 3분기 1조9535억원이었으나 2022년 4분기 2조5513억원으로 뛰었다. 같은기간 이커머스사업부의 순매출 역시 241억원에서 279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같은 효과가 다소 반감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롯데온 분기별 월평균 방문자수나 GMV 등 전반적인 수치들이 하락세다. 다만 거버넌스 통합 이후 분기 영업손실이 4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올해 3분기가 처음이다.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해 비용을 효율화하는 추세로 풀이된다.

◇IT기업 조직문화 접목, 버티컬플랫폼 성장전략 제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는 2019년 3월 그룹 내 7개 온라인 쇼핑몰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롯데온을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이후 1년 뒤 나 대표가 취임했고 거버넌스 통합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커머스사업부의 영업실적 측면에서 다소 박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나 대표는 롯데온의 변화를 주도하고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 이후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쇼핑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에 맞는 조직 문화 정착에 힘쓴 것으로 평가 받는다. 취임 직후 이를 주도한 조직문화TF(태스크포스)를 조성하기도 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한 일환으로 '님' 호칭을 쓰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임직원들이 나 대표를 지칭할 때에도 이름이나 혹은 영어이름에 님을 붙인다. 이커머스사업부에서는 이미 님으로 붙이는 문화가 더이상 어색하지 않을 정도록 정착 됐다고 평가한다.


나 대표는 또 롯데온을 버티컬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뷰티, 명품, 패션 등 롯데백화점의 MD 경쟁력에 기반한 전략이다. 롯데온의 분기 평균 구매자수는 나 대표가 취임한 2021년 2분기부터 그해 4분기까지 매년 증가했다. 특히 올들어 분기별로 구매자수는 평균 140만명 이상이다. 중개상품 판매풀도 크게 보강했다. 나 대표 취임 당시 2만1000여개에 그쳤던 상품 판매풀은 올해 3분기 4만개를 넘어섰다.

다만 롯데쇼핑은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e-Grocery)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향후 8년간 9500억원을 투입해 10년 뒤에는 매출 5조원을 창출하는 그로서리 이커머스를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별도 법인으로 설립될 가능성이 큰 만큼 롯데온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CEO를 평가할 때 영업실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서 나 대표의 거취로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그룹의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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