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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 M&A를 둘러싼 진짜 '도전들'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2-12-16 08:32:0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니슨캐피탈코리아(이하 UCK)가 파는 3D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는 단연 올해 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다. 조 단위 몸값에 성장 스토리도 영화 같다. 공학 박사 출신 창업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글로벌 시장까지 평정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메디트가 공식적으로 M&A 시장 매물로 나오자 시장이 들썩였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 글로벌 PEF들의 구애,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 등 흥행 요소가 많았다.

메디트 딜은 그렇게 무탈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실제 약점을 찾기 힘든 'GS그룹-칼라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이미 8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M&A를 결혼에 비유한 누군가의 말처럼 예측조차 힘든 돌발변수가 터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GS측은 우협 기간 내 계약을 맺지 못했고 어수선한 틈에 MBK파트너스가 치고 들어왔다. 통제된 정보 속에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확실한 것은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딜에 관여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혹독한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먼저 누구보다 아름다운 피날레를 꿈꿨을 UCK의 고민이 깊어졌다. UCK는 알고 있었다. 메디트가 얼마나 매력적인 매물인지. 그래서 철저하게 주도권을 쥐고 딜을 좌지우지했다. 대표적으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짧은 준비 기간을 매수자들에게 부여했다. 우선협상 기간도 보름 정도로 단축했다.

그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급박한 일정 진행은 결국 탈이 났다. GS 측과 협상 종료 3시간 전에 예상치를 밑도는 '10월 실적'을 공개했다. 인수 측은 극렬히 항의했고 결국 협상은 그대로 종료됐다.

UCK의 승부수는 결국 시장에서 자만심 혹은 만용의 결과로 치부되고 있다. 아울러 고압적인 딜 진행 과정이 무척 불편했다며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힐난하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출자금을 보탠 기관투자가(LP) 역시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추된 명성과 평판을 회복하는 일, UCK에 분명한 도전이다.

매각 대상인 메디트 역시 전환기에 놓여있다. 창업자 장민호 교수를 포함해 메디트 임직원들은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모두 큰 부자가 된다. 이들은 49%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많게는 수조원, 적게는 수십억원의 자산가가 된다. 메디트는 사람이 자산이다. 부자가 된 직원들이 과연 어떤 동기부여를 갖고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이 때문에 메디트 M&A의 최대 리스크가 바로 인력 유지와 성장 동기 부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큰 성공 뒤에 오는 열정과 성취감에 대한 결여를 어떻게, 무엇으로 채울지 인수자도 구성원들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메디트 인수를 노리는 MBK도 속 편한 상황은 아니다. 올해 MBK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야심차게 추진한 대형 거래들이 대거 중도에 무산됐다. 카카오모빌리티, 메가스터디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조바심을 느낀 MBK가 차선책으로 메디트 M&A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들은 자금 집행 스케줄이 중요하다. 펀드 운용 기간이 정해진 만큼 투자 집행 일정이 꼬이면 전체 투자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MBK 입장에선 원활하고 치밀한 딜 진행을 통해 메디트가 '꿩 대신 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이번 거래까지 무산된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된다. 명성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꼬인 딜이라 사연이 깊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빅딜의 숙명이기도 하다. 우선 협상이 끝나는 다음 달, 이들은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메디트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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