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해외영토 확장기]3개월도 남지 않은 IRA 데드라인, 불확실 속 기회 잡는다미 재무부, 배터리 요건 3월 발표…광물 조건 완화 분위기, 본격 가동 준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1-16 07:39:15
[편집자주]
지난해 8월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배터리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 산업·일자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반대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IRA 하위 규정이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가운데 더벨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변화하는 미국 시장 진출 상황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5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는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저력을 보여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103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누적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54.8GWh였고, SK온(26.1GWh)과 삼성SDI(22.1GWh)도 같은 기간 7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경우 30.5%에서 23.1%로 하락했다. 이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배터리 사업자들은 중국을 대신할 곳으로 미국, 유럽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에서 배터리 광물 요건을 맞추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핵심은 '탈중국', 핵심광물 직접 관리
IRA는 미국 내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현지에서 조립해야 하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소재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미국 또는 동맹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비중은 올해 40%에서 시작해 2027년부터 80%까지 올려야 한다. 핵심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비상'이 걸린 이유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8대 광물 가운데 6개 품목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천연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이 87.4%로 가장 높았고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등도 80%가 넘는 중국 의존도를 보였다.
이 가운데 IRA가 시행되며 배터리 업계는 핵심광물을 중국 외 국가의 광물 채굴 기업들과 협력하며 자체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만 북미를 중심으로 한 광물 채굴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SK온 역시 호주, 칠레 등 기업에 투자하며 광물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 역시 양극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대응력을 높였다.
◇IRA에 생긴 변화, 신규 공장 가동 준비
배터리 업계가 IRA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던 시기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에 대한 제정 방향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다. 올해 3월 구체적인 기준 발표에 앞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백서에 따르면 핵심광물별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의 추출·가공 비중 기준을 개별 광물이 아닌 전체 광물의 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을 써야 한다'는 해석이 아닌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쉽게 말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기준이 다소 모호하지만 핵심광물 채굴 국가 기준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IRA의 구체적인 세부 방안이 오는 3월 발표되면 모호한 '가치창출'이라는 기준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북미 현지 생산라인 증설·안정화에 보다 힘을 쏟을 여력이 생긴 셈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완성차 업체와 각각 손잡고 북미 지역에 총 230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세워 운영할 계획이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129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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