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년 만에 재개된 석유화학협회 신년인사회에서 기억에 남는 '인사' 하나.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의 발언이었다. "다들 어렵다고 하셔서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저희는 사실 작년이 아주 좋았습니다."침체된 석유화학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두가 되며 분위기가 다소 엄중해질 수 있던 시점이었다. 각사 대표이사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인삿말에는 '위기', '어려움'과 같은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멋쩍은 말투로 이어진 김 사장의 소회는 참석자들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이 '시장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라는 명제를 전제로 두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닌게 아니라 석유화학을 먹거리로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고유가가 지속되며 원가는 크게 올랐지만 막상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가 부진했다. 여기에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으며 수출 활로가 막힌 점도 타격이 됐다. 어려움을 야기한 요인이 외부에 있는 만큼 내부에서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선택 가능한 옵션은 '버티기'뿐이다. 제품 생산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고 시장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물론 두 손을 놓고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버티기의 기간은 앞으로 찾아올 '때'를 놓치지 않도록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보통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등의 투자활동을 펼친다. 시장여건이 개선됐을 때 충분한 수익을 내려면 미리 체력을 다져놓아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례없는 고금리·고물가와 점점 커지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투자에 대한 석유화학 기업들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롱텀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진환 태광산업 대표는 "앞으로 투자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 역시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어구는 흔히 쓰이는 말이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길을 찾고 성장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널리 통용됐을 것이다. 이번 위기도 훗날 기회를 찾는 계기로 평가받는 많은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모쪼록 석유화학 업계가 이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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