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손에달린 IPO 빅딜]11번가의 ‘다른 방식’ 결국 매각일까② IPO론 국민연금 수익 보장 어려워… FI ‘드래그얼롱’ 행사 가능성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13 13:00:03
[편집자주]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시장 빅딜의 공을 쥐었다. 엑시트의 길이 막히며 갖게 된 불행한 주도권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높은 가치로 투자한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상장 후보기업과 투자자의 이야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6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가 SK쉴더스의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하며 다른 자회사인 11번가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된다.11번가는 오는 9월까지 적격한 상장을 마치기로 투자자와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모회사인 SK스퀘어는 결국 FI의 엑시트를 위해 ‘다른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는 걸 공식화했다. FI에게 주어진 권한을 봤을 때 SK쉴더스와 유사한 ‘경영권 매각’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 IRR 3.5% 보장한 적격상장, 현재로선 불가능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11번가와 관련해 “(IPO 외)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준비해 온 IPO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상장을 위한 11번가의 움직임은 멈춰있다. 지난해 8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준비를 해왔으나 올 들어 실사 등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11번가가 FI와의 계약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상장을 마쳐야하는 점을 고려할 때 예비심사 준비가 한창이어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IPO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회사 측은 아직 IPO에 대한 희망을 버리진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IPO와 관련한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에는 IPO를 위한 사전 단계로 여겨지는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11번가의 상장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IPO가 FI의 자금 회수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게 핵심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IPO로는 FI의 투자자금을 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상장 이외의 다른 창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봤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9월 나일홀딩스 유한회사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나일홀딩스는 사모펀드운용사(PE)인 H&Q파트너스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으로,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이 주요투자자(LP)다.

나일홀딩스는 전환가액이 26만8371원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186만3093주를 인수해 발행주식 총수 대비 지분율 18.18%를 가지고 있다.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500억원으로 평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 당시만 하더라도 IPO는 가장 이상적인 엑시트 방식이었다. SK스퀘어(당시 SK텔레콤)는 투자 유치 당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물론 단순한 상장이 아닌 적격한 조건을 갖춘 상장이다. ‘적격상장’의 조건은 당시 발행한 RCPS의 옵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당 공모가격이 상장 거래 개시일을 기준으로 내부수익률(IRR) 3.5%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적격 상장’을 만족시키려면 3조원 수준의 몸값을 상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의 11번가 펀더멘털과 유사 기업의 주가를 통해 봤을 땐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이다.
◇ 경영권 프리미엄 더하면 수익 찾을 수 있나
박 부회장이 말한 ‘다른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의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SK쉴더스의 사례를 고려할 때 경영권 매각을 통해 FI의 엑시트를 돕는 게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이 주요 LP인 나일홀딩스 역시 투자 당시부터 안전장치로 이같은 방안을 준비해왔다. IPO가 불발됐을 때를 고려한 핵심 안전장치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과 묶어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11번가가 최종적으로 IPO에 실패할 경우 SK쉴더스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매각’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발판삼아 수익률을 최대한 보전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경영권 매각을 통하더라도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더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에 매각이 가능하다는 건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우선주 배당을 통해 FI에 연 1% 이상의 이익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IRR에 대한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11번가는 나일홀딩스에 2018년 175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50억원 이상씩 총 525억원을 배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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