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는 지금]또 꼬인 기관장 인선, 갈 길 먼 주거안정 미션①정치권 이슈에 매번 흔들, 지나친 독점권 향한 우려도 팽배
신준혁 기자공개 2023-03-23 09:57:49
[편집자주]
때마다 정치권 이슈에 휘말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새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고경영자 인선에 실패하며 조직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원자금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제대로 된 주택보증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할 구석이 많은 상황이다. 더벨은 HUG를 둘러싼 최근의 문제점들과 경영 상태 등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소위 돈 많은 공기업이다. 자산 8조4000억원, 현금유동성 6조9000억원을 보유한 국내 유일 주택보증기관으로 직원수는 1000명을 웃돈다. 2021년 말 기준 연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797억원과 4940억원으로 웬만한 대기업과 맞먹는다. 영업이익률은 50%에 달한다.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PF리스크가 높아진데다 전세보증금 회수에 실패하면서 HUG가 관리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최근 몇년 사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회수 실패에 따른 결손금을 반영한 탓에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말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정치적 이슈에 따라 기관장 인선까지 실패하며 내홍을 겪고 있다. 이는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문제다.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 주택보증과 금융주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번번히 발생해온 조직 혼란을 좀처럼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사장단, 정치권 논란 속 사퇴·직무대행 반복
HUG의 전신인 주택사업공제조합은 1993부터 1999년까지 주택도시기금법을 기초로 두고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보증업무와 정책사업을 수행해왔다.
조합은 1999년 6월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간판을 바꿔 단 후 2015년 7월 주택도시기금법 시행과 함께 주택도시기금을 전담 운용하는 공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범위를 도시재생 분야로 확대하면서 HUG로 사명을 교체했다. 도시재생분야에 대한 기금 출자와 투자, 융자, 보증기능이 추가됐다.
HUG는 출범 후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며 주택금융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했으나 정치권과 엮인 사장 자리는 늘 구설수에 올랐다. 정치권과 연관된 인사를 선임한 탓에 정쟁의 중심에 섰고 전횡논란과 방만경영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근혜 전 정부 당시 선임된 김선덕 초대 사장은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인해 '보은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임인 이재광 전 사장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광흥창'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형택 전 사장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연줄이 닿아 있다.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으로 재직했던 2010~2012년 시장 특별보좌관(경제·금융·투자 분야)으로 인연을 맺었다.
권 전 사장은 국토부의 감사에 반발해 임기 만료 1년 6개월을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국토부는 HUG가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A+'로 4단계 상향시켜 13억2000만원의 보증료 손실이 발생했다며 HUG 실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9대 사장 후보자로 선정된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취임 전 사전 보고를 받고 업무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박 전 부사장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로부터 후보자로 선정된 후 임원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을 맡은 국토부 출신의 이병훈 부사장 체제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시장 모니터링과 보증업무, 대위변제 기능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금융 및 보증업무와 접점이 적은 인물이다. 1991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주립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1993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주요 근무지는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정책과와 국토부 전주국토관리사무소 소장, 건설인력기재과, 주택토지실 공공주택총괄과,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발전기획단 등이다.
최종 후보자 5인을 선정했던 HUG는 원점에서 새로운 후보군을 꾸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토부는 조만간 사장 재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공기업 사장 선임은 3개월 가량 소요되는데 아직까지 공고가 나오지 않았다.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현재 1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임이사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 후 HUG 사장이 직접 임명해야 한다. 상임이사 겸 직무대행을 맡은 이 부사장의 임기는 12월 13일 만료된다. 비상임이사 인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후 심의의결과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최종 임명권자는 기재부 장관이다.
◇시장개입 부작용, 보증금 회수 등 과제 '산적'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기관이 인선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심상찮은 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 불거진 PF 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해 HUG는 직접 1조5000억원을 풀어 PF-ABCP를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자 보증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회수불능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HUG의 대위변제액은 9241억원까지 불어났지만 회수금액은 26%인 2490억원에 불과했다. 대위변제액으로 인한 손실 규모만 약 7000억원을 넘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HUG의 비대화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HUG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분양가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핵심 이유다. HUG는 분양가 보증제를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 기류의 원흉이 바로 HUG라는 지적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둔촌 주공재건축사업이다. 조합은 2019년 말 3.3㎡당 일반분양가를 3500만원 이상으로 요청했지만 HUG는 이에 못 미치는 2978만원을 보증액으로 제시했다.
결국 조합은 HUG의 보증가격을 수용하지 않고 이듬해인 2020년 7월부터 시행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일반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양가 산정 문제로 일반분양이 지연됐고 시공사업단의 유치권행사와 공사비 증액, 분양 연기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