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02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주택보증공사(HUG)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HUG는 국내에서 분양보증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이다.분양보증은 주로 선분양을 택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행태와 맞물려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HUG가 제공하는 분양보증은 보증기간 내에 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력이 발동된다.
시행사 혹은 시공사의 부도·파산으로 인해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보증사고로 간주한다. 이때 HUG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 줄 지 여부를 결정한다.
HUG가 수분양자에 대한 보호 역할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분양보증을 활용해 부동산 시장에 개입, 미분양 관리지역의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HUG는 건설사가 미분양 관리지역에 주택을 공급할 경우 부지매입 전 예비심사를 신청해 결과통지를 받은 다음 날부터 매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예비심사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한다.
이렇듯 HUG는 적절한 개입을 통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장별 현황을 상세하게 공개한다. 사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보증액과 보증세대를 비롯해 공사 진행률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놨다. 특히 사업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분양 계약률에 대한 정보도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분양 계약률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등 미분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에선 큰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미분양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지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통상 사업자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마케팅을 벌인다. 이때 계약률은 사실 그대로 적시하지 않고 과대 포장한다. 허위 광고나 다름없다. HUG가 분양 계약률을 공개해왔지만 이 같은 정보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문제는 최근 그동안 공개됐던 계약률 정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HUG는 단순히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장을 기만하는 사업자들의 허위 광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확대시킨 꼴이 됐다. 시장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HUG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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