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독 쌍용자동차는 기억의 차로 꼽는 이가 많다. 무쏘 신화가 1993년이니 쌍용차의 히트작을 타고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이 장성했기 때문이다.90년생인 내게도 무쏘는 첫 아빠차이자 처음으로 멀미를 하며 여행을 떠났던 동반자이기도 하다. 나만의 추억은 아닌 것이 몇년 전 한 자동차 거래 플랫폼의 설문조사에서 무쏘가 기억에 남는 차 최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기억(remember)과 이어 생각하면 쌍용차와 re라는 접두사는 퍽 어울린다. 사업적으로도 그렇다. 재도약이라는 말을 이만큼 많이 들어본 기업이 있을까. 쌍용차의 새 출발을 무어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하며 떠올린 단어들은 모두 '재'라던가, '다시'라는 말이 붙는다.
다시 뛴다는 말은 적어도 한 번쯤 뛰어봤다는 의미와 통한다. 쌍용차에게는 뜀박질의 순간이 한 번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무쏘가 강렬한 도약이었다면 코란도와 티볼리, 렉스턴도 흥행의 속도감이 못지 않았다.
무쏘는 2005년 단종까지 약 26만대가 팔렸다. 당시 무려 벤츠의 엔진을 달고 나오며 튼튼하고 강렬한 쌍용차의 이미지를 굳혔다. 2015년 티볼리의 성공은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소형 SUV를 출시할 만큼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코란도와 렉스턴도 흥행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늘 그 속도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차가 멈추는 근본적인 원인이 연료의 고갈이라면 쌍용차의 드라이브는 돈의 고갈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쌍용차 유동성 위기의 세월은 짧은 글에 담기에는 지난하다. 외환위기며 국내외 기업을 오간 네 번의 손바뀜, 법정관리와 구조조정 등의 단어로 겨우 축약할 뿐이다.
이번만큼은 다르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쌍용차의 부활을 자신했다. 그만큼 적잖은 자금을 들였다. 현재까지만 인수자금과 유상증자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덕분에 쌍용차의 고질병이었던 단일상품 의존도도 낮아질 전망이다. 늘 n년만의 신차로 돌아왔던 쌍용차는 지난해와 올해만 토레스와 코란도 이모션을 내놨고 내년까지 신차 4종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토레스의 인기몰이로 쌍용차 마니아가 여전하다는 점도 증명됐다.
임직원의 자신감도 여느때와 달라 보인다. 기업의 회생을 임직원의 자부심에 맡기기에는 너무 낭만적이지만 쌍용차에게는 그럴 만한 서사가 있다.
쌍용차는 새 차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번 임직원의 연봉과 복지를 깎았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삭감이 노사협의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반대가 없었겠느냐만은 적어도 쌍용차의 부활을 양쪽 모두 원했다는 점은 명확하다.
쌍용차는 22일 주주총회에서 35년간 써왔던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한다. 오랜 간판이 내려간 자리에 붙을 새 이름이 또 다른 기억을 써가기를, 마지막 점프와 함께 KG모빌리티에게 재도약이라는 수식어가 다시 붙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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