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인사 코드]재무 라인 이사회 다시 불러들인 농심①황청용 경영관리부문장, 사내이사로 후보로 등재…사업다각화 조력자 임무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27 11:38:22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6: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 이사회에 재무 라인 임원이 2년 만에 다시 들어온다. 농심이 각자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사회에 생긴 공백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으로 채운다. 수익 구조 개선과 사업다각화 등 올해 경영 전략을 이행할 이사회에 재무 임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농심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황청용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황 부사장은 CFO 역할을 맡은 임원이다. 농심은 공식적으로 CFO 직책을 두지 않고 있다. 산하에 재무실을 거느린 경영관리부문장이 재무 라인 최상위 임원이다. 김종우 재경실장(상무)은 자금 관리·운영, 회계 처리 등 일반적인 재무 업무를 담당한다.
농심 이사회에 재무 라인 임원이 들어오는 건 2년 만이다. 오랫동안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한 농심은 오너와 전문 경영인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사내이사진을 꾸렸다. 재무 임원은 미등기 임원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2012년부터 농심 대표이사를 지낸 박준 부회장이 오는 29일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사내이사로 이동하면서 농심 이사회에 공백이 생겼다. 주총 이후 농심은 이병학 단독 대표이사(사장) 체제로 전환한다.
농심 이사회는 여러 부문장급 임원 중에서 경영관리부문장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경영관리부문은 올해 농심의 경영 전략을 집행할 중추 조직이기도 하다.
이병학 대표는 올해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지 않고, 사업·수익·재무·조직·인력 등을 점검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경영 지침을 내놨다.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나아가면서 사업다각화 투자도 병행한다. 라면·스낵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현재 농심의 사업 구조는 특정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편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주요 경영 과제는 모두 경영관리부문에서 살펴야 할 업무이기도 하다.
농심은 비교적 최근에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1월 2세 경영인인 신동원 회장이 농심 대표이사를 사임하면서 박준 단독 대표 체제를 수립했다. 신 회장은 농심 사내이사로 남아 주요 의사결정에는 참여하고 있다.
현재 농심 이사회 내 사내이사진은 신동원 회장과 박준·이병학 대표이사다. 총 7명 이사진 중 나머지 4명은 사외이사다. 지난해 이 사장이 새로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꾸린 이사회다.
2021년 3월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면서 생긴 공석에는 재무 라인 임원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당시 농심 연구·개발(R&D)부문장이자 경영지원부문장이었던 이영진 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경영지원부문장 아래 자금 관리·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장이 있었다. 그해 12월 이 전 부사장이 퇴임하면서 이듬해 3월 이 대표가 사내이사 빈 자리를 메웠다.
신춘호 전 회장과 신동원 회장이 부자(父子) 경영을 펼칠 때에도 이사회에 재무 임원의 참여를 보장해주기도 했다. 2006년 농심 이사진 9명 중 6명이 사내이사였다. 그해 3월 전략 경영, 자급 업무를 담당하던 조선형 당시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되면서 사내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당시 농심 대표이사는 신동원 회장과 이상윤 전 부회장이었다. 신춘호 전 회장은 사내이사로만 활동했다. 조 전무 외에 박준 사업 총괄 사장, 유종석 지원 총괄 전무 등이 사내이사로 들어와 있었다.
2009년 계열사 태경농산(현 농심태경)에서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고 농심에 운영 총괄 임원으로 복귀한 유종석 부사장이 이듬해 3월 곧바로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조선형 전무는 사내이사 임기 3년을 채우고 운영 총괄 산하 경영지원부문장 역할을 수행했다.
2012년 조 전무가 유 부사장를 뒤를 이어 지원 총괄 임원에 올랐지만 사내이사로는 들어오지는 않았다. 2011년 신춘호 전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농심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신 전 회장과 장남 신동원 회장이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사내이사 한자리는 박준 대표이사 몫이었다.
신동익 부회장이 2013년 농심 등기임원을 사임한 뒤에도 한동안 재무 임원에게 사내이사 자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박상균 전 농심 부사장은 2013년 경영지원실장에 올라 2020년 12월 경영지원부문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미등기 임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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