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불만을 기대로' 미래전략 말하는 '서정진'式 소통법장장 5시간여 주주들과 질의응답, 성장동력 아이템 '해외·신약·M&A'
송도(인천)=최은진 기자공개 2023-03-29 10:36:36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4: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스타'였다. 주가하락과 주주친화정책 부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질타와 고성 속에서도 서 명예회장은 좌중을 압도했다. 낮은 저음, 땀에 찌든 셔츠, 장장 5시간여동안 주주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성의. 주가하락에 성난 주주들을 때론 달래고 때론 호통을 치며 쥐락펴락 했다.아수라장이던 주총장을 진정시킨 후 서 명예회장이 꺼낸 카드는 미래동력이다. 현 상황을 '위기'로 단정짓고 이를 뛰어넘을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일거에 분노를 기대감으로 바꿨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영업을 뛰겠다는 포부, 성장동력을 외부서 발굴하겠다는 목표 등을 밝혔다. 이에 대한 실탄으로 그가 보유한 개인주식까지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임원복귀 후 잇딴 소통행보, 현 상황 '불확실의 시대' 명명
셀트리온이 28일 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서 명예회장은 주총이 끝난 후에도 주주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10시부터 시작한 주총이 안건 의결이 만료된 뒤 3시가 다 될 때까지 이어졌다.
다시 임원으로 복귀한 그의 첫 행보는 '소통'이었다. 정기주총에서는 주주들과, 익일 29일 진행할 기자 및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선 언론과 투자자 소통을 진행한다. 4월에는 글로벌 IR을 돌 계획이다.
그가 주주들을 달래는 키워드는 역시 미래다. 현재 셀트리온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불확실을 낳았다는 얘기다. 의료재정 적자로 인한 약가인하 요구가 계속되면서 기존 제품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봤다.
다만 셀트리온만이 유일하게 유럽에 바이오시밀러 영업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미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영전략 키워드 세가지를 내세웠다.
별도기준 매출 목표로 셀트리온은 2조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조5000억원을 공약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로 유럽에서 환자수 10만명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선 올 10월 허가 이후 15만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특허 및 가격 보호를 받기 위해 미국서 램시마SC를 신약으로 허가신청 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는 5월허가를 받아 7월 론칭을 예상했다. 유플라이마의 경우엔 별도 코드를 통해 경쟁을 다변화 한다는 계획이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론칭은 4월이다. 미국과 캐나 직판법인을 통해 자체 영업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 명예회장은 영업현장을 직접 뛰며 보험사·병원 등을 뚫는 데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리형이 아닌 '영업형 회장'이 되겠다는 의지다.
그는 "영업직원들에게 안되는 곳은 내가 병원도, 보험사도, 도매상도 가겠다고 했다"며 "모든 국가를 일주일에 한번씩 점검하고 분기에 한번씩 직접 가서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준 2조5000억원 이상 팔아보겠다"고 말했다.
◇자사주·오너지분 '실탄' 활용…당장 가용현금만 총 3조
두번째 키워드는 신약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캐시카우로 삼고 신약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사업비중을 6대 4 비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물질 개발이 아닌 플랫폼 확보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mRNA 플랫폼을 올해 상반기 내 내재화 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램시마SC를 신약으로 허가받으려는 것도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미래에셋그룹과 공동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ADC 기업 익수다와의 협업 청사진도 밝혔다. 6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중항체 신약 및 경구용 항체 등 혁신적인 아이템이 막바지 단계 개발에 와 있다고 기대했다.
서 명에회장은 "신약 역시 곧 개발을 끝낼 것"이라며 "현존하는 신규플랫폼을 내재화 하거나 라이선스 인을 통해 확보했다"고 말했다.
세번째 키워드는 M&A였다. 외부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성장동력이 될만한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박스터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BPS) 인수는 수많은 물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스터인터내셔널 측에서 먼저 인수 타진이 와서 들여다 본 것 뿐 가격대비 비싸다는 판단이 들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M&A는 반드시 할 과업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위기의 현 상황에서 셀트리온을 키울 유일한 동력이 M&A라는 의견이다. 새로운 시장을 뛰어드는 과감함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업은 아들 서진석 의장과 함께 할 계획이다.
서 명예회장은 "대형 M&A는 오너가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다"며 "장남 서진석 의장과 함께 M&A 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자금은 여러 방면으로 확보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셀트리온그룹은 현재 순현금 상태나 다름없다. 작년 12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300억원, 장단기 차입은 5500억원 정도다. 부채가 없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4300억원까지 합하면 순현금 상태다. 1조원에 달하는 충분한 현금을 활용해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자사주와 서 명에회장이 보유한 지분도 실탄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셀트리온은 자사주로 54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23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 M&A 및 파트너십에 나설 때 지분 스왑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서 명예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11.19%,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총 3조원의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M&A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서 명예회장은 "자사주는 주가를 올리는 용도가 아니라 M&A나 투자에 나설 때 활용가능한 실탄"이라며 "필요하면 내가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까지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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