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 공모펀드]ETF 비히클 활용 상장 방식 주목, 유동성 확보 '핵심'②단순 상장만으로는 실효성 적어…AP·LP제도 수반돼야
윤종학 기자공개 2023-03-31 08:16:38
[편집자주]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몇 해전부터 활성화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수요 증가를 반영해 공모펀드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이른 시일내 구체화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모펀드 상장이 이슈로 떠오른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과 운용업계는 공모펀드가 장내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상장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운용업계는 ETF를 활용해 공모펀드를 상장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융당국은 공모펀드를 상장하는 것도 가능한데 굳이 ETF 구조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한 검토도 ETF 활용 필요성 여부를 따지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모펀드를 상장지수집합투자증권(ETF)이라는 법조문에 맞는 펀드로 만들려면 제도상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반면 법규상 공모펀드 상장이 가능한 만큼 굳이 ETF비히클을 쓸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모펀드를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230조 2항을 보면 '투자신탁이나 투자익명조합의 집합투자업자 또는 투자회사등은 기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때에만 환매금지형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증권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환매가 금지된 폐쇄형펀드의 특성상 자금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거래소에 상장시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제230조 3항에서는 추가로 최초로 발행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공모펀드의 증권시장 상장은 가능하고 폐쇄형펀드의 경우는 의무적으로 상장해야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모펀드의 상장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을 때는 굳이 의무대상이 아닌 개방형펀드를 상장할 필요가 없었고, 또 절차상 복잡한 부분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폐쇄형펀드는 추가 납입과 중도환매가 불가능해 수익증권을 발행한 뒤 상장하면 별다른 조치가 필요없다.
반면 개방형펀드는 추가 납입과 중도환매가 자유로운 구조다. 판매사에서 펀드가 추가로 판매되면 해당부분 만큼 신규 수익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반대로 중도환매가 됐다면 해당부분만 수익증권을 해지해야한다. 상장기업들이 증자, 감자를 진행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해당 과정은 모두 한국거래소의 신고 절차를 거쳐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형펀드가 매일 매매된다면 수익증권 발행, 해지 등에 대한 신고도 매일 이뤄져야 한다"며 "법적으로 상장이 가능함에도 운용사들이 개방형펀드 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공모펀드 상장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ETF로 전환하거나 ETF에 재간접 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등 ETF비히클을 활용해 증권시장에 상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모펀드를 상장하는 방안과 ETF를 활용하는 방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동성을 지원하는 AP(지정참가회사), LP(유동성공급자) 제도의 유무다. AP와 LP는 모두 증권사가 맡고 있다. 증권시장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발행시장은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을 발행하는 시장이고 유통시장은 투자자들이 해당 증권들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AP는 발행시장 내 집합투자업자와 법인투자자 사이에서 ETF의 설정과 해지 신청의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지정판매채널 역할을 하는 동시에 ETF 최초 물량을 설정하는 데 참여한다. 법인투자자가 직접 투자금을 AP에 납입하고 ETF 설정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LP는 유통시장에서 ETF가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매매 거래시간 중 호가 스프레드 비율이 기준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매수, 매도 호가를 지속해서 제시한다. ETF는 AP, LP들을 통해 최초 물량 설정, 거래 유동성 확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공모펀드를 그대로 상장하면 AP, LP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당초 목적이었던 활성화가 희석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된 폐쇄형펀드 약 80종의 일거래대금은 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펀드가 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매매에 나설지, 시장가격이 원활하게 형성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논의 초기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지만 도입의 용이성 외에도 실제 실효성이 있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모펀드를 증권시장에 바로 상장하는 방안의 아킬레스 건은 AP, LP가 없는 것인 만큼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마련해 준다는 전제만 있으면 ETF를 활용하지 않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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