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KCC글라스]'범현대' 재무·구매 전문가로 채운 사외이사②사외이사 2인 현대차그룹 출신...ESG·성별 다양성 약점
김동현 기자공개 2023-04-03 07:34:29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5:3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KCC의 유리·인테리어·바닥재 사업부가 인적분할하며 설립된 KCC글라스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회장이 이끌고 있는 곳이다. KCC글라스의 이사진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과거 현대그룹에 속했던 기업인 출신이 포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CC글라스 출범 초창기 사외이사로 활동한 권순원 전 진경영컨설팅 대표가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으며 범현대 색깔이 더욱 뚜렷해졌다.◇이사회 전원 '범현대' 출신
KCC글라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과 김내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들어갔으며 김한수 전 동서기공 부회장·이승하 수원대 경영대 교수·김영근 전 현대엔지니어링 구매사업부 전무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KCC글라스 이사회는 출범 첫해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권순원 전 진경영컨설팅 대표가 지난 24일 김영근 신임 사외이사 선임과 함께 자진사임하며 사외이사 3인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권 전 사외이사의 사임으로 KCC글라스 이사진 전원은 범현대 기업 출신 인물들로 채워지게 됐다.
분할 전부터 KCC에서 근무했던 사내이사 2인뿐 아니라 사외이사 3인 역시 과거 범현대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한수 사외이사는 2014년까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사장을 역임하다 2015년에 자동차 부품업체 동서기공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김영근 사외이사 역시 KCC글라스 사외이사로 합류하기 전까지 현대차, 기아,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거친 현대차 사람이다.
이승하 사외이사는 2013년부터 10년 동안 수원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 역시 2000년대 초까지 현대선물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현대선물(현 SI증권)은 1997년 설립된 선물중개업 회사로, 2002년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로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으로 편입됐던 곳이다.
권순원 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내려오며 KCC글라스 이사회는 사실상 범현대 기업 출신들로 채워지게 된 셈이다. 권 전 사외이사의 경우 1998년 기획예산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KTF, 안진회계법인 등 공직과 기업을 두루 거쳤지만 KCC글라스 외에 범현대 계열사에 속한 적은 없다.
◇재무·구매 전문성 선호, 사외이사 전원 감사위원회 포함
이사회를 거쳤던 사외이사 4인의 면면을 보면 KCC글라스가 재무·구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호한 점을 알 수 있다. 권순원 전 사외이사와 이승하 사외이사는 금융기관 및 정부 유관 기관에서 회계, 재무 업무를 담당했던 재무 전문가로 분류된다.
권 전 사외이사는 KTF 법인영업팀 이력(2002~2004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초까지 기획예산처(1998~2002년, 2004~2006년)에서만 5년 이상 근무했다. 이승하 사외이사의 경우 2013년 교직에 몸담기 전까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넘게 현대종합금융, 현대선물 등에서 활동한 재무 전문가다.
김한수·김영근 사외이사는 KCC글라스 이사회의 대표적인 현대차그룹의 구매본부 출신이다. 김한수 이사는 현대모비스·현대건설에서, 김영근 이사는 현대자동차·기아·현대엔지니어링에서 각각 구매본부 임원으로 재직했다.
현대차 계열사의 구매본부는 협력업체로부터 소재 및 부품을 조달하는 곳으로, 두 사외이사가 역임한 구매본부장은 부품 조달을 총괄하는 자리다. 제품 생산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이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KCC글라스가 이들 사외이사 모두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며 '감시·감독'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전문성을 강조하다 보니 사외이사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할 뿐 아니라 최근 기업들이 추구하는 환경·노동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도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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