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그 이후]이마트의 지마켓 인수는 과연 '실패작'일까①쿠팡·네이버 사이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 종합 평가는 '시기상조'
박기수 기자공개 2023-04-10 07:25:23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16: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는 2021년 11월 에메랄드SPV를 통해 지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3조5591억원을 들였다. 이마트는 물론 신세계그룹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빅딜'이었다. 인수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시점, 지마켓 인수 이후 이마트의 재무와 실적 지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단기 성과만 본다면 아직 '성장통'
지마켓 인수 이후 매출 상승 효과는 확실히 보고 있다. 작년 이마트의 연결 기준 매출은 29조3324억원으로 지마켓 인수 전인 2020년(22조330억원)보다 33.1% 늘었다. 작년 매출 24조9327억원보다도 17.6% 늘어난 모습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퇴보했다. 작년 이마트의 연결 영업이익은 1357억원으로 2020년(2372억원)보다 57.2%, 작년(3168억원)보다 42.8% 줄었다.
영업이익 부진이 지마켓을 비롯한 이커머스 자회사인 쓱닷컴 때문이라는 점이 이마트로서는 답답한 부분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단행한 빅딜이지만 당장의 실적에서 부진의 원인이 이커머스 자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쓱닷컴과 지마켓은 각각 1112억원, 6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은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인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 등 과도한 경쟁에서 발생하는 마진 감소 요인 때문이다. 지급수수료에는 카드사 수수료와 타 사이트 제휴 수수료, 외주 물류비용 등이 포함된다. 작년 지마켓의 매출원가와 판관비 중 지급수수료는 5045억원, 광고선전비는 1588억원이었다. 이를 포함한 매출원가와 판관비의 합은 1조3840억원으로 매출인 1조3185억원보다 많았다.
쓱닷컴도 마찬가지다. 작년 쓱닷컴의 매출원가는 8515억원, 판관비는 1조45억원이다. 두 비용의 합(1조8559억원)은 매출 1조7447억원보다 6.4% 많다. 판관비를 포함한 원가에서 지급수수료는 3363억원을 차지했다.
실적 관련 지표로만 보면 지마켓 빅딜은 구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이커머스 기업 한 곳을 연결 실체에 추가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3조원이 넘는 빅딜이었기에 연결 재무부담도 인수 이전 대비 늘어났다. 작년 말 이마트의 연결 부채비율은 146.2%로 인수 이전인 2020년 말인 112.8%보다 33.4%포인트 높아졌다.
이마트는 인수 자금 마련과 빅딜 과정에서 훼손된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이마트 가양점과 성수점을 매각하기도 했다. 처분이익은 가양점의 경우 6099억원, 성수점의 경우 1조809억원이다. 대규모 현금성자산이 유입됐음에도 부채비율이 상승했다는 점은 지마켓 인수 여파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자산유동화 외 외부조달도 단행하면서 차입금 관련 지표도 변화가 있었다. 작년 말 이마트의 연결 차입금의존도는 33.1%로 2020년 말 27.7% 대비 5.4%포인트 높아졌다. 총차입금 잔액도 작년 말 10조9879억원으로 2020년 말 6조1799억원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났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작년 말 연결 기준 9조3759억원이다. 2020년 말 4조365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본총계 대비 순차입금비율은 작년 말 69.5%로 2020년 말 41.6% 대비 27.9%포인트 높아졌다.
작년 금리 인상기가 시작되면서 차입금 부담에 대한 체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작년 이마트의 연결 이자비용은 3175억원으로 영업이익(1357억원)보다 많다. 이자비용 증가는 총차입금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순금융비용 증가 요인도 있었다.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 봐도 차입 부담이 늘어난 모습이다. 작년 이마트는 별도 기준 금융비용으로 1464억원을 기록했다. 지마켓 인수 이전이었던 2020년 금융비용 729억원 대비 약 두 배 가량 상승한 모습이다. 작년 별도 영업이익은 2589억원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는 있었지만 이자보상배율은 1.77배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1년 별도 이자보상배율은 3.04배였다.
◇실패한 딜일까…"아직 평가 이르다"
결과적으로 '숫자'만 놓고 보면 지마켓 인수는 연결 실적을 끌어내렸고 재무부담을 가중시킨 실패한 딜로 비춰질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당장의 단기 성적표만으로 지마켓 딜을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유통업의 주류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이마트의 이커머스 역량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쿠팡과 네이버라는 '2강 체제'에서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로 2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강 1중' 체제까지는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주류가 됐고 향후 자체 파이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이커머스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이마트의 미래 생존전략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라면서 "당장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근본적인 역량을 따지자면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로 쿠팡, 네이버와 견줄 수 있는 플레이어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올해 이마트는 쓱닷컴과 지마켓 등 이커머스 사업에서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쓱닷컴의 경우 산지직송 식품과 명품 등 버티컬 전문관 등을 강화하고 MD별 역할기반 판매전략을 차별화하는 등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마켓은 스마일배송 효율화와 3P셀러 서비스 개선으로 3P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온오프 시너지도 강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3사 연계 프로모션 강화 △G마켓 스마일프레스 활성화 △쓱닷컴·W컨셉 간 상품연동 확대 △이마트·백화점·면세점이 추가된 6개사의 통합멤버십 확대 등이 올해 추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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