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SI 러브콜 쇄도하는 '갑진'은 나종국 대표 설립 충방전기 제조사, 삼성SDI 오랜 고객사 이목…엔시스·코윈테크 등 SI 투자
조영갑 기자공개 2023-05-02 08:34:31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8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이차전지 사업 진출에 관심이 큰 전략적 투자자(SI) 기업과 재무적 투자자(FI) 들 사이에서 핫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갑진'이다."한 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요동치면서 해당 섹터 내 M&A(인수합병) 시장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차전지 시장 진출을 노리는 예비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업이 바로 '갑진'이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갑진은 올해 들어 다양한 FI, SI들과 접촉하면서 투자유치 및 사업협력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에는 국내 대형 FI 기관과 갑진 사이에 투자를 전제로 한 협의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입장 차이로 인해 최종 무산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갑진은 전기 변환장치 전문 제조사로 출발, 삼성SDI의 협력사로 거래하면서 사세를 키워 왔다. 전력전자, 충방전기 관련 장비를 주력으로 제조하고 있다. 충방전기 기술은 배터리 내 잔여전기를 완전히 방전시켜 리싸이클 배터리를 완충할 수 있는 이차전지 리싸이클링의 핵심 기술이다.
창업주는 나종국 대표다. 1991년 익산 이리공고 특기생으로 기능올림픽에 참가했던 동문들이 모여 개인사업자로 출발했다. 1997년 법인 전환한 이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력변환 시장에서 빠르게 사세를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나 대표의 지분율은 61.0%다. 특수관계인인 성영례 씨(7.9%), 나광수 씨(5.6%), 나현수 씨(3.8%) 등도 주요 주주다.
2014년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BYD)에 충방전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끈 갑진은 충방전용 프로브, 무선 제어형 배터리 충전기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충방전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듬해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에 중대형 충방전기를 공급하면서 삼성SDI의 정식 파트너사가 됐다. 2017년에는 SK이노베이션(현 SK온)에도 충방전기를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다만, 기본적으로 삼성SDI와의 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462억원이 매출액과 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반등에 선공했지만, 2020~2021년 2년 간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현금유출을 겪었다. 2020년 매출액 985억원, 영업손실 68억원, 2021년 매출액, 영업손실 4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신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비용 등이 불어나면서 불어나면서 본 사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삼성SDI가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개발에 투자를 확대, 충방전기 사업의 파트너로 갑진을 점찍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배터리 사업의 열위를 단번에 극복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내 파일럿(시험) 생산을 마치고, 2025년 대형 셀 생산, 2027년 정식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전고체 밸류체인의 끝단인 충방전기 파트를 갑진이 전담하는 모양새다. 통상 배터리는 약 10년의 사용연한을 싸이클로 리싸이클링 주기가 도래한다. 개발 중인 전고체 뿐만 아니라 기존 삼성SDI 생산 리튬이온 배터리의 리싸이클 연한이 도래하면서 충방전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사실 갑진은 지난해 유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이력이 있다. 갑진의 우수한 기술력과 탄탄한 공급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SI 투자 성격이다. 갑진은 131만주의 신주를 발행, 약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유상증자에는 이차전지 공정장비를 제조하는 '엔시스'와 공정 자동화시스템 제조사 '코윈테크'가 참여해 각각 100억원, 50억원을 투자했다. 엔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나 대표에 이어 2대주주(14.1%), 코윈테크는 4대주주(7.1%) 지위를 점하고 있다.
당시 발행한 신주의 발행가가 1만1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갑진의 기업가치(포스트밸류)는 약 7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갑진이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이고, 삼성SDI와의 충방전 협력 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의 밸류는 '천양지차'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갑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갑진의 지난해 신규 공사계약잔액은 1355억원에 이른다. 잔고로 계상돼 있는 금액만 1293억원 규모다. 올해 순차적으로 해당 잔고가 매출액으로 산입되면 갑진의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차전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갑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기 변환장치 업계에서 업력을 다진 중견기업"이라면서 "최근 삼성SDI 전고체 충방전 사업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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