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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영향 점검]우회로 찾는 中기업들, 'K 배터리' 영향은⑩미국·한국 기업과 동맹으로 활로 모색..."中 영향력 커 배제보다 전략적 선택 필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5-15 07:31:13

[편집자주]

작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국내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IRA의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급 혜택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은 올해부터 최대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됐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등 산업 내 밸류체인에서 경쟁자인 중국이 배제된 점도 단기적으로 호재다. 반면 북미 지역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재무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더 격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미국 IRA가 국내 관련 기업에 미칠 영향들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와 이차전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하자 중국 기업들은 제각기 활로 모색에 나섰다. 미국 완성차업체, 한국 이차전지 소재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IRA를 우회 충족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다만 IRA의 도입 목적이 '중국산 배제'인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합작법인은 미국 시장 진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차전지 셀·소재 제조기업들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나 중국의 광물과 소재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과의 협력을 미국 외 시장 겨냥에 활용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드·테슬라, 中 이차전지 1위 CATL과 협력...IRA 역행

중국의 IRA 규제 우회 논란은 지난 2월 처음 불거졌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1위(중국 시장 포함) 기업인 중국 CATL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미시간주에 35억 달러(약 4조6245억원)를 들여 리튬인산철(LFP) 전지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하는 근로자도 모두 포드 소속이다. CATL의 역할은 기술 제공이다. 지분이나 인력 구조, 공장 건설 방식 등을 보면 중국과 연관된 광물 등 원료·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에 세제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IRA 규정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CATL은 LFP 전지 시장의 강자다. 글로벌 LFP 전지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CATL과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이 중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LFP 전지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값비싼 원재료가 들어가는 삼원계 전지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성능이 떨어진다.

LFP 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주로 사용됐으나 '셀투팩(Cell to Pack, 모듈 대신 셀을 추가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 개발 등으로 성능이 개선되면서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LFP 전지 수요는 매년 늘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드가 CATL과 손잡은 건 저렴한 LFP 전지를 활용해 전기차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두 달 후인 지난달엔 테슬라가 CATL과 텍사스주에 LFP 전지 공장을 합작 설립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테슬라와 CATL은 이전부터 협력관계였다. 그동안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중저가 트림에 CATL의 LFP 전지를 탑재해 저가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비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CATL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韓 기업과 손잡아 IRA 우회...합작법인, 보조금 제외 가능성 커

이같은 양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부쩍 늘었다. 방식은 CATL이 포드, 테슬라와 손잡은 것과 유사하다.

중국 전구체 업체 거린메이는 SK온,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손잡고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에 1조2100억원을 들여 전구체 생산공장을 설립한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는 LG화학, 포스코퓨처엠과 각각 1조2000억원 들여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과는 니켈 원료 생산라인도 건설한다.

이같은 협력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핵심광물을 가공해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는 조항을 기반으로 한다. 아직 IRA상 해외우려국가와 합작법인에 대한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았으나, IRA 입법 목적이 중국 배제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합작법인으로부터 생산된 광물이나 소재 등을 사용할 경우에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 상원의 조 맨친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위원장과 마르코 루비오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CATL이 IRA를 우회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두 위원장은 IRA 제정을 주도한 대표적인 의원들이다.

◇단기간에 中 배제 어려워..."제3국 진출 등 전략적 선택 필요"

그럼에도 미국 완성차업체나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는 건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차전지 밸류체인 내 업스트림(원재료 채굴·제련)과 미드스트림(소재·부품), 다운스트림(조립) 등 모든 부문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해외광산에 조기 투자해 조달 능력을 키워왔다. 일례로 중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 텐치리튬은 칠레 SQM의 2대 주주(지분 23.77%)다. 호주 탈리슨 리튬의 지분 51%도 보유하고 있다. 텐치리튬의 글로벌 탄산리튬 생산 점유율은 13%다. 또 다른 중국 리튬업체인 간펑리튬은 아르헨티나에서 연산 4만톤 규모의 리튬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또한 현재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니켈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이 중국 자본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은 코발트 수입의 83.3%를 중국에 의존한다. 리튬(수산화리튬)과 망간 의존도도 각각 80%, 70% 이상이다. 흑연과 니켈(수산화니켈)도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공급받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합작법인이 향후 IRA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은) 원료 조달 부문에서 강점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앞으로 중국의 광물·소재 공급망 활용과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직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외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때 중국과 협력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 분야의 공급망을 단번에 다변화하는 것은 어렵다"며 "아세안 등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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