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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영향 점검]'양극재 초호황' 에코프로비엠, 리튬·니켈 공급망 확보 관건⑨고객사 SK온·삼성SDI 대규모 투자 호재...원재료-소재 수직계열화 박차

정명섭 기자공개 2023-05-12 07:27:53

[편집자주]

작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국내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IRA의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급 혜택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은 올해부터 최대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됐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등 산업 내 밸류체인에서 경쟁자인 중국이 배제된 점도 단기적으로 호재다. 반면 북미 지역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재무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더 격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미국 IRA가 국내 관련 기업에 미칠 영향들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에서 양극재 생산을 맡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양극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양극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출력 등의 성능을 결정하는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로,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함유량이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6.6%, LFP 양극재 제외) 기업이다.

2016년 1000억원에 불과하던 에코프로비엠의 연매출이 작년에 5조3569억원까지 오른 건 최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연일 급등한 이유를 보여준다. 올해는 연매출이 9조원 안팎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회사는 양극재 생산능력을 현 18만톤에서 2027년 71만톤으로 늘려 연매출 27조원을 달성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향후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국내 생산만으로 IRA를 충족할 수 있어 북미 투자 부담이 줄었고,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온의 대규모 북미 설비 투자로 양극재 수주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앞으로 강화하는 IRA 광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의 자체 조달 능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출처 : SNE리서치>
◇IRA 시행 후 양극재 수주 모멘텀 지속 전망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3월 말 IRA 세부지침 발표로 한시름 놓았다. 양극재가 음극재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과 함께 핵심광물로 분류되면서다. 핵심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일본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것을 사용해야 해당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은 미국 현지 설비 구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최근 2년 새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과 원·달러 환율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고물가 여파로 미국 투자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현지 증설을 앞둔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에코프로그룹은 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세부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설비 확장 계획을 보류해오다가 국내 생산만으로 IRA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되면서 포항에 전구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포항시와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에코프로비엠이 목표 양극재 생산능력 71만톤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26년에 달성하고, 2030년이면 100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기차 1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같은 가정이 실현되면 에코프로비엠의 글로벌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17%까지 오른다.

향후 IRA상 중국과 중국 기업이 해외우려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에코프로비엠에 호재다. XTC나 롱바이 같은 중국 이차전지 소재업체를 제외하면 양극재 시장 경쟁자는 일본 스미토모와 벨기에 유미코어, 국내 기업인 엘엔에프,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정도로 압축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중국 소재 비중을 낮추려는 완성차업체들의 움직임 덕에 대규모 장기공급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삼성SDI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거래처인 만큼 합작공장에 에코프로비엠 양극재가 공급될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와 에코프로그룹은 전기차용 양극재 생산법인인 에코프로이엠을 합작설립할 정도로 돈독하다.

에코프로비엠의 다른 주요 거래처인 SK온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포드, 현대차와의 합작공장이 가동하는 2025년부터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수주 물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 포드와 북미에 양극재 공장을 합작설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공급된다.

◇니켈·리튬 업스트림에 투자...원재료-소재 잇는 밸류체인 구축 박차

남은 과제는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 공급망을 강화해 향후 상향하는 IRA상 핵심광물 요건을 지속적으로 충족해나가는 것이다. IRA상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FTA 체결국 등에서 추출·가공된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비율은 2027년 80%까지 확대된다.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가공 부문에서 핵심광물 50% 이상의 비율을 충족하고 있고, 리튬은 추출·가공 부문에서도 각각 50% 이상의 비율을 확보해 단기적으로는 IRA 기준에 부합한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니켈은 인도네시아에서, 리튬은 호주와 칠레, 남미 등에서 공급받는다.

에코프로비엠 IRA 충족 현황

다만 인도네시아는 FTA 체결국이 아니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니켈 MHP(니켈코발트 수산화혼합물)를 한국 공장으로 가져와 황산니켈로 가공하는 등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IRA를 충족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향후 업데이트될 IRA 세부지침에서 인도네시아의 지위가 FTA 국가 수준으로 격상되길 희망하고 있으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에코프로그룹은 해외 광산에 투자해 포스코그룹처럼 원재료부터 소재 생산을 아우르는 양극재 수직계열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양극재 시장에서의 승패는 수직계열화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에코프로그룹은 판단했다. 현재 북미와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광산 투자를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에코프로그룹은 SK온,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외에도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구체를 생산하는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IPO로 대규모 자금이 수혈되면 전구체 설비뿐만 아니라 원재료 가공 공정에도 투자해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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