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탈탄소 드라이브]포스코 단기 대응은 전기로, 원재료 수급이 '열쇠'②10년간 탄소 배출량 감축 지지부진... 전기로 2기 신설투자로 2030년 10% 저감 목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5-17 07:18:24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산업계에서 철강은 탄소 저감의 압력을 강력히 받는 산업군이며 동시에 국제통상의 무대에서 한국은 주도국보다 각종 경제권역의 참여국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내 철강사들의 탈탄소 전략과 그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보유한 탈탄소 로드맵의 종착점은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무탄소 철강의 실현이다. 2030년까지 기술 상용화 검증을 완료한 뒤 2050년까지 기존의 고로 설비를 수소환원제철용 유동환원로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포스코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를 늘려 수소환원제철 체제로 전환에 이르기까지의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건은 원재료 수급이다. 철스크랩(고철)의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포스코는 전기로 투자에 앞서 만반의 대응책을 수립해 탈탄소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전기로 2기 신설로 가시적 탄소감축효과 기대
포스코는 2월 이사회에서 광양제철소에 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6000억원 규모의 투자안건을 의결했다. 내년 1월 건설을 시작해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도 2027년까지 같은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잠재적 전기로 투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를 통해 기존 고로 생산 철강제품의 일부를 전기로 생산으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2기의 전기로를 운영하고 있으나 지어진 지 20년이 지난 노후 설비다. 용도 또한 스테인리스강 전용인데다 생산량조차 많지 않다. 반면 신설할 전기로 2기는 스테인리스강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용 특수강과 전기강판, 일반 열연강판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일 쇳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양으로 지어진다.
일반적으로 전기로를 이용한 생산방식은 탄소 배출량이 고로에서 석탄을 때는 방식의 25%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국내 양대 고로제철회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CBAM 등 탄소세 기반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단기 대응방안으로 전기로를 꼽는다.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2030년까지 고로 생산체제 대비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2011년 정부로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업체로 지정된 이후 해마다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고하고 있다. 그러나 감축실적이 눈에 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1년에도 전년 대비 290만tCO₂e 증가한 7850만tCO₂e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국내 산업의 관점에서도 포스코가 전기로를 늘려 탄소저감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와 달리 전기로의 쇳물 생산 원료는 철스크랩(고철)이다. 철스크랩은 채굴을 통해 생산 가능한 지하자원이 아니라 재활용 자원인 만큼 글로벌 차원에서 공급량이 제한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철스크랩의 안정적 조달은 기존 전기로 제강사들뿐만 아니라 포스코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포스코의 전기로 신설 계획용량인 연 500만톤은 국내 전기로 조강량 1위 현대제철의 1200만톤에는 못 미치지만 2위 동국제강의 조강능력인 연 360만톤보다는 많은 규모다.
세계적으로 철스크랩 수요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전기로가 고로제철소들의 탄소저감 대응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국내에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철강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전기로 조강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철스크랩 사용량을 2020년 대비 23%(6000만톤) 증대시키는 산업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국내 철스크랩시장은 수급 균형이 무너져 있다. 한국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철스크랩 소비량은 2630만톤이었다. 이 중 85%가량에 해당하는 2241만톤이 국내 공급량이었으며 나머지 15%의 철스크랩은 수입산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철스크랩 부족 심화에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하면 탈탄소를 위한 비용이 갈수록 불어나는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는 이미 대응책 수립에 분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4월 모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콘퍼런스콜을 통해 △국내 거점별 수집 및 가공 △고객사 발생물량 회수 △해외 공급사 지분투자 등 철스크랩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도 고로 쇳물과 전기로 쇳물을 혼용해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철스크랩의 수급 상황과 가격 변동 등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비용 합리화가 가능하다"며 "기술적 방안과 공급망 안정화 방안들을 병행하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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