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실천중인 얼라인파트너스가 SM 보유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확히는 얼라인파트너스의 펀드가 아니라 모회사인 얼라인홀딩스가 직접 보유했던 소수지분이다. 기업가치 제고의 선봉에 섰던 장본인이 정작 주식을 팔았으니 이유를 불문하고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주장이다.하우스 운영비용 충당을 위한 조치였을 뿐 펀드 보유지분은 그대로라는 해명에도 얼라인파트너스를 향한 의심의 눈빛은 여전하다. 대차거래에 보유주식을 제공해 주가가 하락한 것 아니냐며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놓으라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새어나온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며 행동주의펀드를 반기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간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종료를 이끌어낸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12개 요구사항에 대해 SM 경영진의 수용을 이끌어냈다. 지난 3월엔 카카오의 주당 15만원 공개매수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장기간 우호주주로 남겠다는 기존 입장을 지키기도 했다.
얼핏 정의의 사도로 볼 법하지만 펀드의 최우선 목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대차거래 주식제공의 경우 올해 SM 주가 급등에도 나홀로 보유지분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주주행동주의가 특정 사명감을 갖고 펼치는 사회운동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SM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이 종료되면서 하락한 것은 행동주의펀드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아쉬운 결과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주의가 아니었다면 SM의 지배구조와 주가는 현재처럼 드라마틱한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카카오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 또한 얼라인파트너스가 향후 더 큰 성과를 내다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 참여자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이는 소액주주를 비롯해 행동주의펀드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단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대부분 일치했을 뿐이다. 힘을 보태줬다는 이유만으로 행동주의펀드의 운용방식에 관여하려 한다면 날로 발전하는 한국형 주주행동주의도 금세 활기를 잃을지 모를 일이다.
행동주의펀드를 향해 '먹튀' 혹은 '기업사냥꾼'이라는 해묵은 비유가 재차 등장하는 요즘이다. 이는 무리한 요구로 이익을 취한 뒤 떠나던 과거의 단기성 투자세력에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 고생스러운 일은 하되 이익을 실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실로 합당한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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